2024.06.30 (일)

  • 맑음동두천 24.0℃
  • 맑음강릉 22.4℃
  • 구름조금서울 24.5℃
  • 구름많음대전 24.3℃
  • 구름많음대구 27.3℃
  • 흐림울산 26.2℃
  • 흐림광주 23.7℃
  • 부산 23.3℃
  • 흐림고창 23.4℃
  • 흐림제주 26.2℃
  • 맑음강화 22.4℃
  • 흐림보은 23.8℃
  • 흐림금산 24.2℃
  • 흐림강진군 23.9℃
  • 흐림경주시 26.6℃
  • 흐림거제 23.1℃
기상청 제공

[아침시 산책]시의 씨앗

 

시의 씨앗

                                              /서상영

아무래도 씨에서 시가 나온 것 같다

볍씨 콩씨 깨씨 감자씨

그 작은 숨들의 온기가 어른거려

푸른 밀림을 이루고 열매를 맺어갈 때

딱정벌레처럼

몰래 시는 태어난 것 같다



시는 씨에서 나온 것 같다

두식씨 정아씨 순신씨 소월씨

그 의미가 떨어져나간 뒤 찾아드는

고유한 여운이 시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시는 또 씨로 갈 것 같다

사슴씨 돌씨 소나무씨

도꼬마리씨 바다씨 안녕하세요!

애틋하게 부를 때

달씨 별씨의 비유를 제 몸에 바르며

태양씨의 문법에 따라 시는 무럭무럭 자랄 것 같다


- 서상영, 『눈과 오이디프스』 문학동네 2012

 



 

시의 씨앗이라, 땅의 기운을 한 데 모아 힘껏 솟아오르는 뾰족한 것들이 시였구나. 어찌나 연한 빛이 그리도 뾰족하고 거침이 없는 지. 세상에 던진 물음표 같은 것들이 어느새 저렇게 푸른 것으로 세상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지 온통 경이로운 것들뿐이다. 씨에서 태어난 시는 그리운 이들의 이름 뒤에 달려 지독하게 고고하고 아름다운 고유명사가 된다. 누군가의 단 하나의 존재로서 꽉 차는 씨는 다시 돌아가 또 사물의 아름다운 씨로 되새김질된다. 땅으로 달빛 속으로 뜨거운 태양 속으로 들어가 윤회하는 아름다운 시, 곱디고운 씨 알 하나가 돌고 돌아 무릎 앞에 툭하고 떨어진다. 다시 피어난다. 콩씨, 깨씨, 감자씨가 두식씨 정아씨 순신씨 소월씨로 여운을 머금고 깊어진다. 사슴씨, 돌씨, 소나무씨, 도꼬마리씨, 바다씨, 달씨, 별씨, 태양씨…. 시가 씨앗이 되고 씨가 시가 되는 참 아름다운 윤회다. /이명희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