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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숲이 된 나무들은 그림자를 쪼개는데 열중한다
새들은 부리가 낀 곳에서 제 소리를 냈다
다른 방향에서 자란 꽃들이 하나의 꽃병에 꽂힌다
늙은 엄마는 심장으로 기어들어가고
의자는 허공을 단련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서 신맛과 단맛이 뒤엉킬 때까지
사과는 둥글어졌다
- 시인동네 2013 가을
둥글어지는 사과, 허공을 단련시켜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져 둥근 사과가 되는, 세상의 엄마는 그렇게 둥글둥글 둥글어진다. 키 낮춰 울퉁불퉁한 온 몸에 둥그런 것 가득 매달로 애면글면 하나라도 떨어질세라 곱게 곱게 키워내는 손맛이 세상을 키우고 어린 것을 키워낸다. 이제는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을 만큼 작고 둥그렇게, 사과처럼 둥그렇게 말린 몸으로 천천히 지구 밖으로 걸어 나가시는 몸들, 눈빛 아이처럼 맑고 투명하다. 손톱 긴 손마디도 다시 순해진다. 세상에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둥글고 둥그런 사과가 되어 우리 심장 속에 깊이 안착하고야 마는, 그 지점에서 다시 꽃으로 환하게 피어나는 모성. 엄마는 둥글둥글한 생명을 또 길러내고 있다. /이명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