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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자화상-만삭의 아내를 보며

 

자화상-만삭의 아내를 보며

/배재경

내가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 간다는 것

참 희한하다



“어머, 얘가 하루 사이에 이만큼 컸네”



축구공처럼 탄력을 더해 가는

아내의 배를 물끄러미 치어다본다



도대체 저 안에 있는 놈은?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일까?



나를 닮어?



?



아니야, 안돼!



아니라고, 난 안돼!

-배재경 시집 『그는 그 방에서 천년을 살았다』 /작가마을





 

 

 

시인은 ‘축구공처럼 탄력을 더해가는 아내 배를’ 보면서 본인 닮은 아기를 상상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이 나를 닮아 태어난다는 것은 황홀한 일이다. 태어난 아기는 어디 얼굴뿐이겠는가? 성장할수록 말투와 표정 뒷모습 걸음걸이 뒤통수까지 닮는 걸 보면 유전자의 기억은 놀라울 뿐이다. 뱃속에서 꼬물거리는 건 내 몸짓을 연습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어짜피 내 아기는 나를 닮을 수밖에 없을 것인데 시인은 본인 닮는 것을 왜 극구 꺼려하는 것일까? 예쁜 아내 닮기를 바라서일까? 아님 짐짓 엉큼한 속내를 감추는 것일까? 그럼에도 태어난 아기는 나를 꼭 닮은 나의 ‘자화상’이어서 입은 귀에 걸릴 것이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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