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사계
/서순석
어머니의 마당은 철마다 깊어갔다
산철쭉 진달래가 진붉은 봄 마당에
어머니 여윈 그림자 비질만 부지런했다
마당 물든 고추 위로 눈물이 붉었다
가난을 문신처럼 눈꼬리에 달아매고
오남매 새끼 두름에 허리를 졸라맸다
밟아라 밟아봐라 꿈틀이나 하는지
바닥치고 눈만 들면 보이는 건 하늘이지
길바닥 교과서 삼아 아이들은 홀로 컸다
하늘 땅 붙으라고 원망도 했던 날들
이제는 미안해서 주문처럼 외는 말들
사람을 미워말아라 그 칼끝이 날 겨눈다
말없이 웃는 연습에 황혼이 놀다 온다
쭈빗쭈빗 웃으며 게걸음으로 오는 자식들
사계를 추석처럼 살자 마당이 흐붓이 웃는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위해 사시는 것 같다. 이 시에는 ‘마당’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사계’라는 시간적 배경이 있는데, 마당과 사계를 통해 자식을 위해 살아가는 어머니의 인생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봄이 오면 마당에는 산철쭉과 진달래가 붉게 피어나지만 어머니는 비질만 부지런히 하실 뿐이다. 마당에 고추가 붉게 물들 때에도 없는 살림에 딸린 자식이 많아서 부지런을 멈출 수 없다. 어머니는 가난하지만 ‘사람을 미워말아라 그 칼끝이 날 겨눈다’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자녀에게 건넨다. 장성한 자녀는 ‘사계를 추석처럼 살자’는 어머니의 가르침 앞에서는 영원한 자식이다.
/박병두 수원영화협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