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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종 인천가구제조협동조합 이사장

 

가구업체 수로 전국 2~3위를 차지하는 인천은 40여년 전부터 가구산업이 성장해온 곳으로, ‘가구의 메카’로 불려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인천의 대표적 뿌리산업인 가구산업이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올해 안으로 국내시장 점령에 들어간다. 인천뿐만 아니라 경기지역의 가구업체들도 ‘가구공룡’ 이케아로 인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인천의 가구업체들은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인천가구제조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가구판매장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인천가구제조협동조합 이순종 이사장을 직접 만나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가구공룡’ 이케아의 한국 상륙

올해 안으로 해외 가구브랜드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에 1호점을 오픈한다. 이케아는 전 세계 26개국에서 303개의 창고형 대형 가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규모 가구기업이다. 연매출 40조원, 직원수 15만4천명, 연간 매장 방문객 7억600만명에 달하는 이케아의 위엄은 가히 ‘가구공룡’이라 불릴 만하다.

이순종 이사장은 “이케아는 실용적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며 “특히 요즘처럼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 젊은 층을 타켓으로 삼는 이케아의 영향력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케아가 수도권 내 접근성이 좋은 광명에 위치한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는 “광명은 인천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교통도 편리해 접근성이 매우 좋은 도시”라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시민들이 이케아를 많이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래싸움에 중소기업은 ‘한숨’

반면 대형 가구업체들은 지난해 매출이 상승해 중소 업체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진출을 앞둔 이케아를 상대하기 위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유통망을 다각화하는 공격적 마케팅이 한몫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이순종 이사장은 “이케아에 대비해 대형 업체들은 손님몰이에 치중하다보니 영세 업체들의 설 곳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구시장 규모는 한정되어 있는데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대형 업체들이 손을 뻗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케아가 광명으로의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인천 가구시장에서는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케아 광명점 한 곳에서만 연 3천억의 매출이 예상되며, 이는 국내 가구시장 매출에 30~40% 이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브랜드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은 영세 가구업체들의 제품보다는 이케아의 제품에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것은 영세 가구업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영세 가구업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시의 정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갈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의 정책적 지원 ‘제로’

가구업계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시의 관심과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가구업체들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인천만 가구산업이 시의 정책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토로한다. 일례로 경기도는 공공구매 입찰 시 지역가산점제도를 도입해 지역 가구업체를 보호하고 있다.

이순종 이사장은 “인천지역 공공기관들이 타 지역 업체에 역차별적인 납품을 주고 있다”며 “인천 가구업체들이 30년 이상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 기여도는 무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무원들이 대형 가구 브랜드를 선호하는데다가 각종 실적 제한으로 지역 업체들은 입찰 자격조차 얻지 못해 타 지역 업체들에게 물품 발주를 빼앗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인천 내 공공기관의 지역가구 구매비율이 10%도 못 미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관해 업계에서는 가구산업이 지역 향토산업으로 지정받아 육성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천에서 가구산업은 뿌리산업이나 현재는 사양산업이라 해서 시의 지원에서 소외돼있다”며 “다가올 이케아 왕국에서 인천 가구산업을 보호하는 데 인천시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동가구판매장 건립…위기 탈출

인천 가구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중소 가구업체들이 인천 가구산업의 건전한 육성과 조합원의 상호 복리증진을 위해 인천가구제조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조합에서는 공동가구판매장 건립, 원자재 공동구매, 판로개척 등 다양한 조합원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공동가구판매장 건립은 조합의 가장 주요한 사안이다. 공동가구판매장은 각 업체가 한 가구를 특화해서 생산한 후, 한 곳에 모아 파는 시스템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생산 단가가 낮춰져 값싼 해외 브랜드에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순종 이사장은 “공동가구판매장이 건립되면 인천 가구업계에서 10배 정도의 매출 상승효과와 고용 창출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구협동화단지 조성 역시 조합의 핵심 사안이다. 흩어져 있는 중소 업체들을 한데 모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가구 생산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인천 가구업계가 공동생산·판매를 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가구시장에서 경쟁조차 불가능할 것”이라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공동생산·판매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가구에 사랑과 관심을…

가구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했다고 하더라도 이순종 이사장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걸음 더 도약하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그는 “해외 브랜드 가구가 가격이 싼 이유는 값싼 자재를 쓰고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이며 “검증이 되지 않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가격에 민감하고 대부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이 같은 값싼 해외 브랜드 가구를 선호하고 있다. 반면, 국내 영세 가구업체들은 친환경성 자재로 만든 우수한 품질의 가구도 많이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그는 “소비자들이 이런 지역 가구의 우수성을 많이 알아줘서 구매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언론이나 공공기관에서 지역 가구의 우수성을 많이 홍보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해랑기자 j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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