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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내 핏속엔 올챙이가 산다

 

내 핏속엔 올챙이가 산다

/김이하



얼어죽을까, 화장실에

들여 논 산사자나무

연한 잎 틔웠다, 저 깜깜한 변기 뒤에서

뒤돌아 나오는 미소 기름지다

메마른 계절, 희미한 한 가닥 빛으로도

이 봄을 알 수 있다니!

스스로 시간을 재며 저 잎을 틔웠을까

내 몸은 아직도 누더기 같은 겨울을

무겁게 두르고 있는데

눈을 뜨고 먼 산

바라보다 아직 봄을 모르는데

어딘가, 몸은 어디 왔는가

그 잎 한번 쓰다듬으니 손 끝 까마득히

바람 한 줄기 걸려든다, 소름 걷고

내 수관 하나 막힌 물꼬를 튼다

올챙이 떼 물길 따라 오른다

붉은 물을 타고 봄이 뛴다



-김이하 시집 『춘정, 화』/바보새

 

 

 

식물들은 촉수가 예민하다. 가장 먼저 계절을 알아차린다. 아직 겨울인데, ‘아직 봄을 모르는데’ 꽃봉오리를 내밀어 봄이 머지않았음을 알린다. 늦가을에 잎을 떨어뜨리거나 성장을 멈춘 관목들은 연초록 새잎을 내밀어 봄을 맞이한다. 깜깜한 화장실 안에서 외롭기도 했을 것이다. 식물도 생명이어서 봄볕이 환한 베란다나 거실로 나가 주인과 마주하고 싶고 손길 나누고 싶은 거다. 노래를 불러주면 더 싱싱하게 더 예쁜 꽃을 피운다고 했던가? 가만히 잎을 쓰다듬는 시인도 생명의 꿈틀거림을 느낀다. 마치 ‘올챙이 떼’가 핏속을 꿈틀대며 돌아다니는 것 같은, 막힌 논뚝이 툭 터진 것 같은 느낌으로 덩달아 봄의 생동감을 느낀다. 이제 날씨가 추워진다. 화분들도 겨울채비를 할 때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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