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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다, 사라져가는 것들… 붕괴된 공동체 복원 심혈

경기지역 대안공간을 말하다
문화살롱 공

 

공간 확장하면서 경기북부지역 사회문제 관심
연천 고문2리서 수몰지역 이주프로젝트 시작
다큐멘터리·사진·음악·미술작가와 함께 기록
포천 교동마을서 ‘도롱이 주막’ 등 4년간 진행

작년 박세당의 농서 ‘색경’ 연구프로젝트 시도
올해 ‘안정리 생활사 박물관’ 2차 활동 계획




■ 공간 확장이 가져온 ‘문화살롱 공’의 변화

의정부에 위치한 문화살롱 공은 경기도 중에서도 문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북부지역을 대표하는 대안공간이다.

의정부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이창식 대표는 2008년 제자의 권유로 지금의 공이 자리한 공간을 소개받는다. 초기에는 지하 1층이었던 공간에 경기북부지역 예술가들의 전시기획을 위주로 진행하다 1층까지 공간을 확장했고 이를 통해 문화살롱 공의 활동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자연스레 사람들과의 소통도 활발해졌고 지역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시발점이 된 것이다. 더불어 이 시기에 수몰지역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주민과 사라지는 환경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문화살롱 공’에 담긴 의미는 다양한 예술적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살롱’이라는 개념을 넣었다. 또 ‘공’에는 비어있는 공(空)과 순환하는 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문화살롱 공’이 사회의 모든 현상을 관심있게 들여다 보고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 붕괴된 공동체 복원을 위한 이주프로젝트

공간의 변화를 통해 사회적 상황에 관심을 두게 된 박 대표는 우연히 경기북부지역에 수몰지역이 생긴다는 뉴스를 접한다. 2009년 한탄강댐 건설로 연천군 고문2리가 수몰지역으로 결정됐고 이주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현장에 들른 박 대표는 예술적 행위를 통해 붕괴된 공동체를 봉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다큐멘터리, 사진, 음악, 미술작가들과 함께 고문리의 이야기를 담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문화살롱 공의 경기북부 수몰지역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그 지역에 실제로 있는 ‘재인폭포상회’라고 프로젝트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2010년 포천의 수몰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해 교동마을에서 포천도롱이집 이주프로젝트 ‘옛 것이 보물이다’를 진행한다. 도롱뇽이 많이 살았다고 해 ‘교(蛟)동’이란 이름인 이곳에는 32가구 중 대부분이 이주하고 19가구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이 중 52년간 서민형 주택의 모습을 보전하고 있는 집이 있었고 박 대표는 이 곳을 프로젝트의 구심점으로 삼고 이름도 도롱뇽을 편하게 불러 ‘도롱이집’이라고 붙이고 프로젝트의 이름도 ‘도롱이집’이라고 지었다.

이후 ‘이주 터에 피어난 꽃’(2010), ‘도롱이 주막’(2013) 등 4년여에 걸쳐 교동마을 공동체 만들기 작업을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근간은 공동체 복원이다. 교동의 입맛과 손맛을 담아 낸 ‘영숙이의 맛 기행’, 주민들의 물건과 예술작품을 나누는 ‘공정거래’, 마을 영화 ‘교동 로맨-쓰’, 마을 홍보 CF ‘꿈이 있는 마을’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비롯해 사진, 글, 그림 등의 형태로 사라져가는 교동마을을 기록하는 일을 진행했다.

박 대표와 작가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지역에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고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했다. 문화살롱 공은 이를 통해 공동체를 부활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했다.

 



■ 대안공간으로서의 다양한 시도와 접근

문화살롱 공은 사회적 문제에 귀기울이고 예술적 활동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에 집중해 왔다. 이주프로젝트를 비롯해 평택 안정리에 만들고 있는 생활사 박물관 ‘안정리 사람들’도 이러한 활동 중 하나다. 미군기지가 있는 안정리에 박물관을 만드는 ‘안정리 사람들’은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예술적 시도로 접근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또한 새로운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新 색경 프로젝트 ‘흐르는 물속의 달은 젖지 않는다’는 서계 박세당의 농서 ‘색경(穡經)’을 연구해 농업에 대한 문제를 재해석하고 현대 농업에 필요한 부분을 생각하고 나누는 작업이다.

연천 로컬푸드 특별 세미나 ‘농업, 묻고 답하다’는 연천군 농업을 진단하고 창의적인 농산업정책을 제안하고자 마련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안정리 생활사 박물관’을 짓는 2차 프로젝트도 올해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경기북부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연구·개발할 예정이다.



 

“갈등으로 힘든 사람들 예술로 품어주고 싶다”

박이창식 문화살롱 공 대표

“사회의 소외된 곳, 분쟁이 있는 곳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예술로 품을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살롱 공을 이끌고 있는 박이창식 대표는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사라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관심에서 만든 ‘스폰치’라는 그룹을 통해 훼손된 도심속 숲에서 예술활동을 이어온 박 대표는 소외되고 버려진 곳에 집중했다.

그는 “마을이나 숲은 한번 훼손이 되면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며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는 작업을 통해 그곳을 기억하고 다른 형태로 복원하는 작업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천 수몰지역을 비롯, 평택의 안정리 미군기지 등 갈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투입돼 작업을 하는 그는 갈등 속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왔다.

“문화살롱 공의 작업은 갈등의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닌 그 모습을 예술적 형태로 남기는 것이다”라며 “축적된 기록들을 접한 이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자각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예술적 활동을 통해 붕괴된 공동체를 이어붙이는 작업은 문화살롱공의 가장 큰 지향점”이라며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개인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민경화기자 mkh@

/사진=‘문화살롱 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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