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프로농구 감독이 사설 스포츠 도박과 관련해 승부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농구는 물론 프로 스포츠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관련기사 19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25일 수차례에 걸쳐 사설 스포츠토토에 3억원을 걸고 도박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 등)로 강모(38)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강 씨 등은 전창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의 지인으로 경찰은 강 씨 등이 지난 2~3월 전 감독의 지시를 받아 사설 도박을 했으며 전 감독이 베팅한 경기 후반에 후보 선수를 투입해 일부러 패배를 유도하는 수법으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전 감독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을 세우고 26일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KBL에 해당 경기의 영상을 비롯해 전 감독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다.
경찰이 전 감독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농구계는 2년 전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당시 강 전 감독은 2011년 2월부터 3월까지 브로커들에게 4천700만원을 받고 역시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징역 10월에 추징금 4천7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KBL로부터 제명당했다.
스타 선수 출신인 강 전 감독의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농구계는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신고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2012~2013시즌 정규리그를 마친 뒤 10개 구단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여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번 사건에 전 감독과 연루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같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지난 2011년 4대 프로스포츠 중 가장 먼저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프로축구를 시작으로 2013년까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등의 프로스포츠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차례로 터졌지만 프로스포츠 관련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한동안 잠잠했었다.
그러나 이번 승부조작 및 불법도박 사건에 전창진 감독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프로 스포츠계는 물론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박국원기자 pkw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