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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6월의 독자들에게…

 

바나나 우유와 청소

학교 계단 창문에 나란히 놓여있는 빈 바나나우유 2병을 발견했다. 바쁜 학교생활 중 함께 창밖을 바라보며 나눴을 두 친구의 대화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지만, 자신이 먹고 마신 것도 제대로 치우지 않는 학생들에게 무엇부터 가르쳐야 할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

몇 년 전 소설가 김훈은 인터뷰 중 청소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

“내가 어렸을 때 받은 교육 중에서 제일 좋은 게 청소 교육이었어요. 자기가 배운 교실은 물론이고 고학년 애들은 저학년 애들 반 청소도 해줘야 했어요. 국민학교 1학년 애들은 너무 어려서 청소를 못 하잖아요. 2학년도 마찬가지고요. 그때는 선생님이 공부 못하는 애들은 혼내지 않아도 청소 안 하고 도망 간 애들은 용서하지 않으셨어요. 왜냐하면 청소를 통해 인간이 되기 때문이에요. 반장의 지도 아래

청소를 할 때 물 떠 오고 유리창 닦는 일은 남자애들이 하고, 걸레질하는 일은 여자애들이 했어요. 키 작은 애들은 짐을 나르고, 키 큰 애들은 유리창을 닦았죠. 그러면 선생님은 나중에 와서 검사하고 도망 간 아이들을 혼내주시고, 그렇게 했죠. 자기가 사는 주변을 제 손으로 치울 줄 알게 가르치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공부였어요.” 김훈이 학생일 때도 이렇게 생각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학창시절 노동의 신 성함을 느끼기 보다는 귀찮고 왜 하는지 모를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사회인이 되고 결혼 한 후에는 나에게 청소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시범을 보여준 부모님과 선생님께 고마워하게 됐다. 청소는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것 이외에도 일을 마무리하는 방법과 태도를 기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요즘 학교에서 청소는 교육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벌’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체벌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청소는 체벌의 대안으로 선택되기도 한다. 청소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 주위 선생님들과 의논해 보았다.

대학입시라는 큰 짐을 지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청소를 강조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두 가지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

첫 번째는 ‘청소의 의미에 대해 잘 알려주자’였다. 청소는 단순히 주위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없애는 작업이 아닌 것이다.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능력이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습관인 것이다.

두 번째는 ‘벌청소’를 시키더라도 ‘청소 전후 변화를 잘 느끼게 하자’였다. 비록 성실하지 못한 생활태도 때문에 교내봉사 등을 하게 되더라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며 주변에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어냈음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청소뿐만 아니라 갖가지 학교활동이 그 교육적인 취지를 잘 살려 시행되고 그 결과로 멋진 민주시민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추진호 교사 서현고

경기교육신문 webmaster@edu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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