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롯데家 형제의 난’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에 힘입은 것인지 오랜만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형제의 난’은 지난해부터 일본 경영권 승계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이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93살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고 후계 승계권을 잡으려 했으나 이를 동생 신동빈 회장이 곧바로 다시 뒤집으면서 밀려난 후 벌어지고 있는 사태다. 이런 일이 어디 롯데만의 일일까. 과거 삼성그룹 이맹희 이건희 형제간의 다툼을 비롯해 한진그룹 형제들의 법정타툼, 두산그룹의 박용오 전회장 자살까지 이르게 한 싸움, 한화, 금호, 효성...대다수 재벌그룹에서 벌어지거나 진행 중인 형제·가족 간의 이전투구는 목불인견이다.
가뜩이나 재벌과 그 자식들의 행태에 대한 시선이 싸늘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들은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킨다. 이번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일자 국민들 사이에서 인륜을 저버리면서 탐욕스런 인상을 심어준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일고 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정치권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섰다. 비록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과 온도 차이를 보이지만 모처럼 한목소리로 롯데그룹을 질타하면서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현 새누리당이 창출한 이명박 정권시절 안보문제로 인한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인근 성남시 소재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변경하면서까지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받아낸 데다 주류사업 진출에도 성공한 ‘친MB’ 기업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계 원로인 서청원의원은 3일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에 대한 역겨운 배신행위” “볼썽사나운 롯데가의 돈 전쟁이 이런 국민적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강하게 비난한 뒤 정부가 대한민국 재벌의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3일 최고위원회에서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면서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 동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노동시장 문제로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재벌문제, 기업 문제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재벌개혁 대신 재벌에 다양한 특혜를 줘왔다. 특히 재벌 감세 정책을 그대로 둔 채 중산층 서민에게 부담을 전가해왔다.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것은 이런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벌개혁,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