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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농작물·올바른 유통구조 만들자” 농부들 뭉쳤다

경기신문 연중기획-사회적 경제기업 탐방:아홉색깔 농부

 

2011년 용인시 농기센터 교육 참가
같은 고민 가진 9명의 농부 ‘의기투합’
한달에 3~4번 회의 해결방안 ‘갑론을박’
지난해 4월에야 협동조합 시작

현재 10농가 주축… 20곳 협력농가 합심
그날 수확한 농작물 당일 인근 배송
회원 60여명 매주 주문… 원거리 배송도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올 수 있는
소규모 매장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의사이며 의학의 대명사로 불리는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을 그대의 약으로 삼으시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하오”라며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제대로 생산된 농작물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건강보조제보다, 어떤 치료약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처럼 사람을 살리는 농작물을 공급하겠다면서 왜곡된 농산물의 유통구조까지 바꿔보자는 거창하지만 당연한 희망사항을 꿈꾸고 있는 농부들이 있어 화제다.

지난해 4월 활동을 시작한 ‘아홉색깔 농부’는 이런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 용인시에서 생산해 그날 수확한 농작물을 당일 배송하고 있다. 또 고객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환경까지 사랑하고 나눔과 (지역)순환경제를 고민하고 있는데다 이웃을 가족처럼 여기기까지 한다. 더욱이 이들은 땀과 정성을 담은 농작물을 보내며 즐거운 마음까지 나누고 있고 자신들이 믿을 수 있는 농작물만을 회원들에게 보낸다는 원칙을 고수해 나가고 있다.

◆치열한 고민과 열정속에서 피어난 아홉빛깔 무지개

지난 2011년 11월 용인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된 교육에 참여한 장정근(60) 대표는 그간 ‘내가 키운 농산물을 정당한 값어치를 받고 팔 수는 없을까’, ‘수차례를 거쳐야 하는 유통과정을 줄여 용인시민들이 바로 우리가 재배한 것을 먹을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장 대표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당시 교육에 참가한 이들 중 8명이 장 대표와 같은 고민을 해결하고자 머리를 짜내봤지만 각자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

서로가 이런 생각을 해온 것을 알게된 9명의 농부는 그 자리에서 의기투합을 하기로 했다.

함께 하기로 했지만 함께 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교육 기간부터 시작된 모임에서는 수많은 의견들을 두고 갑론을박하며 뜻을 모으기 힘들었다.

게다가 마땅한 판로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어떻게 하나로 나아갈지도 고민거리였다.

장 대표는 “아직도 한달에 3~4번 진행하는 회의를 하다보면 새벽 1~2시에 끝나는 것은 보통이다”며 “지금은 당시보다 1명이 늘어나 10명이 모여 회의를 하다보니 너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데 당시에도 함께 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지난해 4월 협동조합으로서의 모습으로 자신들의 뜻을 펼치기 위해 의견을 모았고 ‘아홉색깔 농부’라는 타이틀을 걸고 첫 발을 내딛게 됐다.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이 자신들의 생각이 실현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협동조합 정신은 조합 자체의 이익보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다”며 “올바른 유통구조를 만들고 농가 수익을 창출하며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자는 저희 뜻을 펼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가장 맞지 않냐고 생각해 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열빛깔 무지개로, 조합원들이 꾸려가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나는 ‘아홉색깔 농부’

당초 아홉 농가로 시작한 ‘아홉색깔 농부’는 이제 한 농가가 합류해 10농가가 주축됐으며 20곳의 협력농가들도 이들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조합원들의 밭을 용인시민의 텃밭으로 만들자’는 모토를 정해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 다시한번 힘을 내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텃밭에서 키우는 작물은 자신과 가족들이 먹는 거잖아요? 때문에 마구잡이로 농약을 치거나 해서 보기 좋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농작물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저희도 그런 마음으로 농작물을 생산하겠다는 뜻으로 만든 모토에요.”

‘아홉색깔 농부’에서는 쌀, 잡곡, 콩, 보리 같은 곡식류부터 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 옥수수 같은 과채류 등 모든 것을 10만여 ㎡(3만여 평)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곳을 모두 텃밭처럼 관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농작물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현재 300~400명의 회원들 중 정기적으로 매주 농작물을 받는 이들은 60여명에 이르며 일부 회원들은 좋아하는 농작물이 공지로 뜨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에 맞춰 주문을 하기도 한다.

특히 ‘아홉색깔 농부’는 용인을 비롯한 수원 영통과 성남 분당 등 인근 지역에만 배송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몇몇 회원들에게는 원거리 배송을 하고 있다.

멀리서 ‘꼭 먹어야겠다’며 억지(?)를 부리는 일부 회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서울에 계시는 모 홈쇼핑 업체의 쇼호스트를 비롯해 회원들은 다양하다”며 “그중에 평택에서 암을 앓고 계시는 한 회원께서 목빠지게 기다리고 계시는 것을 볼때는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해 지기도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아홉색깔 농부’는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조합을 만들 당시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형 로컬푸드 매장보다는 소규모의 매장이 여러곳에 생기는 것이 맞다”며 “지금은 힘들지만 점차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올 수 있는 매장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규원·이슬하기자 rachel@





 

“순수한 ‘농민들의 힘’ 자부심 남달라… 다양한 의견 하나로 모으기 애로사항”

장 정 근 대표

노지 재배 특성상 농작물 다양화 난항
회원들이 원하는 물량 맞추기 어려워

아직 바뀐 것 많지 않지만 작은 노력이
언젠가는 꼭 결실 맺을 것이라고 기대


“일부에서는 그냥 흔한 로컬 푸드 사업의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사실 저희는 흔히 관주도의 조합으로 운영되는 타 지역과 다르게 순수하게 농민들의 힘으로 시작돼 자부심이 남다르죠.”

협동조합 ‘아홉색깔 농부’의 장정근(60) 대표는 조합만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처럼 자신들만의 힘으로 시작하다보니 어려운 점도 많다고 털어놓는다.

장 대표는 우선 여러명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아홉색깔 농부’를 시작한지 1년 4개월여가 됐지만 여전히 힘든 부분이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30대부터 60대까지의 농부 10명이 좀더 좋은 조합이 되고자, 더 나은 농작물을 회원들에게 보내고자 내놓는 의견이 너무 많고 다양하다”며 “당연히 잘되자고 의견을 말하는거지만 하나로 일치를 보는게 무척 힘이 든다”고 웃음을 보였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농작물이 없거나 보내주기로 한 농작물이 오지 않는 경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홉색깔 농부’가 추구하는 원칙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넋두리를 꺼내놨다.

실제 옥수수의 경우 수확시기 3~4일에 그쳐 시기를 놓치면 1주일에 한번 배송하는 특성상 보내주기로 예약이 돼 있더라도 보낼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며 그나마 수확시기가 긴 콩종류도 일주일정도라 몇몇 농작물의 배송이 취소되기도 한다. 또 양파와 파프리카 등의 농작물을 원하는 조합원들도 있는데 용인지역의 기후적 특성 때문에 이 역시 재배하기가 어렵고 과일의 경우도 재배농가가 많지 않아 물량을 맞추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장 대표는 “노지 재배의 특성상 보내줄 수 없는 물품이 있거나 보내기로 한 농작물을 보낼 수 없을 때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죄송스럽다”며 “농작물의 다양화가 쉽지 않아 보완책도 고민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직 30여 농가가 운영하다 보니 당초 꿈꿨던 유통구조 변화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며 “꾸러미의 한계가 있다보니 배송 농작물의 양도 많지 않아 농가의 수익창출도 아직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비록 작지만 지금의 노력이 언제가는 꼭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믿을 갖고 있다.

그는 “바뀐 것이 많지 않지만 작은 노력이 앞으로의 변화에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수익창출도 용인이라는 이상적 도농복합도시에서는 향후 충분히 가능할 것이며 지역 순환경제 모델로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서로의 협조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 조합원이나 회원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지난해 용인 지역 불우이웃을 돕기위한 김장에 참여해 묵묵히 김장 1톤을 함께 만드는 등 언제나 함께 해주는 10농가에게는 특히 감사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또 “올바른 농사를 짓는 분이며 우리 뜻에 동참할 수 있는 분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며 “용인시와 같은 행정기관에서 소규모 매장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는 희망사항도 덧붙였다.

/양규원·이슬하기자 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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