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소위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최근에 우리나라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승계문제가 우리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 문제로 인해 계열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투자손실을 끼치고 있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나아가 반기업 정서를 낳으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업은 누구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주주와 임직원, 관련 협력업체와 소비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것이다. 기업의 내부갈등이나 경영자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된다면 그 피해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게 되고 기업의 존립까지 위협하게 된다는 점에서 경영자들에게는 고도의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에는 과거 정부로부터 여러 가지 특혜와 지원, 그리고 국민적 성원으로 오늘의 이러한 성장을 이루어왔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최근 들어 기업이 시장에서 고립적으로 활동하는 경제적 존재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여러 비경제적 영역들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21세기 지속성장기업의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고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 가운데 핵심요소로 포함된다. 나아가 매출, 호감도, 브랜드 파워, 명성 등 유·무형의 자산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영향력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국표준협회는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기업이 경영성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고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거나 홍보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경영실적을 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작되어 발전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공생발전 이슈를 배경으로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을 위한 기금 조성, 각종 봉사활동, 사회적 기업설립 및 지원, 협력업체 지원 등의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지 않아 보인다. 진정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나 인식보다는 다른 기업들, 특히 경쟁하는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하니까 우리도 따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사회적 책임을 주로 회사의 브랜드이미지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기업과 관련한 스캔들 등 문제가 생기면 일부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 등 면죄부로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사회공헌활동 정도로 인식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 하에 전개되는 활동들의 대부분이 사회공헌활동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원-하청 및 대-중소기업 상생, 비정규직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개선과 고용안정 등의 분야로 보다 영역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기업도 그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운영하는 등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간 많은 사회공헌활동으로 쌓은 기업의 좋은 이미지가 경영자들의 문제로 인해 일시에 퇴색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시적인 사회공헌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자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감사하고 이를 다시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진정성있는 마음과 자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진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