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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창경궁에서 영화 ‘사도’를 만나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9월16일에 개봉한 영화 ‘사도’는 개봉 첫 주 만에 180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소위 ‘대박영화’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사도’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는 8일 만에 세상을 달리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사도세자와 영조를 중심으로 한 사건들과 에피소드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오늘은 영화 ‘사도’ 속 이야기가 펼쳐졌던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보자.

영화 ‘사도’는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참으로 잔인한 출발이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는 장면이 영화 속에서는 궁궐 법전 앞마당인 조정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곳은 창경궁 문정전 앞마당이다.

문정전은 창경궁의 편전(便殿)으로 왕의 집무실이다. 편전은 왕이 신하들과 일상적인 정치현안을 처리하는 곳으로 어전회의가 주로 열리는 공간이다. 하지만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힐 당시 문정전은 ‘휘령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휘령전은 영조의 첫 번째 왕비였던 정성왕후의 혼전(魂殿)으로, 왕비가 승하하신 후 국상을 치른 뒤에 종묘에 입향할 때까지 신위를 모신 곳이다.

비록 자신의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뒤주에 가둔 영조였지만, 사도세자는 영조에게 있어 매우 귀하고 귀한 아들이었다. 영조의 나이 41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첫 번째 아들이었던 효장세자를 잃은 지 7년 만에 얻었으니, 사도세자를 얻은 아버지 영조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기쁨이었을 것이다.

영화 ‘사도’에서는 사도세자가 태어나는 모습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사도세자가 태어난 곳은 창경궁의 구중궁궐 깊숙한 곳 집복헌에서 태어났다.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이씨가 기거했던 곳이 집복헌이다. 영빈이씨가 후궁이라는 점을 볼 때 집복헌은 후궁들의 처소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집복헌은 단촐하고 소박한 건물이다.

아들을 얻은 기쁨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영조는 사도세자가 2살이 되던 해 세자로 책봉한다. 조선역사상 최연소 왕세자인 셈이다.

최연소 왕세자인 사도세자에게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는데, 바로 대왕대비였던 인원왕후(김해진분)이다. 인원왕후는 숙종의 세 번째 왕비로 영조가 왕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운 인물이다. 인원왕후의 죽음은 단순히 대왕대비의 죽음이 아니다. 든든한 울타리를 잃어버린 사도세자의 비극을 예고하는 것이었고, 그 예고는 ‘임오화변’이라는 현실로 나타났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지만 사도세자에게도 살아생전 기쁨이 있었다. 바로 아들 정조이다. 영화 ‘사도’에서 사도세자는 멋진 용 한 마리를 그려 아이를 낳고 있는 혜경궁홍씨에게로 달려간다. 사도세자가 그린 이 용은 꿈에서 본 흑룡을 그린 것이다.

사도세자가 꾼 정조의 태몽은 흑룡이 경춘전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경춘전은 정조가 태어난 곳으로, 사도세자의 부인이었던 혜경궁홍씨가 기거하던 곳이다. 따라서 영화 속에서 사도세자가 용 그림을 들고 달려간 곳이 바로 경춘전이다. 사도세자가 기쁨을 담아 그렸던 용 그림을 영화 ‘사도’에서는 부채라는 도구에 넣었다. 자신의 기쁨을 짓밟아가며 살기위해 몸부림쳤던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서 부채를 붙잡고 오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 ‘사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창경궁은 15세에 66세 영조와 결혼한 정순왕후의 삼간택과 결혼식이 있었던 궁궐이다. 또한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맞아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주기도 했던 공간으로, 일제강점기 동물원과 식물원, 박물관 등이 들어섬으로써 많은 훼손을 겪은 궁궐이지만 현재는 서울 도심에서 숲을 만끽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궁궐이기도 하다. 올 가을에는 오색 빛의 단풍과 회색의 궁궐기와가 멋스럽게 어우러지는 창경궁에서 영화 ‘사도’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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