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열렸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육체적 노동만 하던 기계가 인간의 고유 영역인 지적 노동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00년은 더 걸릴 것 같았던 인공지능 개발이 10년 앞으로 다가왔고, 이미 미국에서는 간단한 비즈니스 기사를 인공지능이 작성하며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알파고의 승리는 어쩌면 그동안 경쟁자 없이 지구를 지배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 연구소에서 뇌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는 김대식 교수는 그동안 진행했던 뇌과학 강연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 냈다. 인간의 뇌와 기계의 뇌 두가지를 연구하고 있는 그는 “우리 뇌 안의 딥러닝은 명품이고 알파고의 딥러닝은 짝퉁”이라고 밝히며 인간만이 가진 능력으로 다가올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는 막연했던 과학적 궁금증을 짚어줌과 동시에 개인과 사회가 고민해야 할 화제를 던진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지자동화가 시작, 기계는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대량의 결과물을 생산해 낼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대량생산은 부의 불균형적 분배를 낳게 되고, 이로 인해 인류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빈부격차를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데이터와 DQN 알고리즘을 가진 극소수의 기업은 각 분야의 DQN 기계를 만들 것이고, 그것을 보유하지 못한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직업군들은 사라지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구글이 앞장서 개발하고 있는 무인자동차는 지금까지의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바꿔놓을 지도 모른다. 구글이 가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는 각자의 소비성향을 분석당하게 될 것이고, 그 분석은 무인자동차가 해당 소비처로 데려다주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를 달리 생각하면 데이터가 있는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점쳐볼 수 있다. 앞으로의 삶은 마치 옛 로마가 국가 혹은 초대형 기업이 최소한의 영위만 보장하면서 콜로세움으로 시선을 돌렸던 것처럼, 우리의 삶도 엔터테인먼트에 현혹돼 무생산적 동물로 남겨질 수도 있다. 벤츠사의 CEO 디터 체셰는 지난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벤츠는 절대로 애플의 폭스콘이 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곧 무인자동차 산업 이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이 잡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동차를 양산하고 생산하는 기업들은 위기를 겪을 것이고, 자동차 산업의 형태는 우리가 아는 그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책은 ‘인간처럼 학습하는 알고리즘, 딥러닝의 등장’, ‘인지자동화 산업의 등장’, ‘인류는 또 이겨낼 수 있을까’ 등 13장으로 구성, 우리가 몰랐던 개념을 알기쉽게 설명하며 인간이 어떻게 기계를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인간이 가진 유일한 희망은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라는 것이다. 그 차별화된 인간다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희망을 이 책을 통해 전해본다”라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