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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정승의 청백리 정신 오롯이…

 

전국 유일의 종가박물관, 광명시 ‘충현박물관’을 가다

광명시 도심에서 십여분 떨어진 소하동에 위치한 충현박물관은 빽빽한 주택가 사이로 시선을 사로잡는 옛날식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흐드러진 꽃과 나무들 사이로 고즈넉한 기와집이 방문객을 맞는다.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만나게 되는 조상의 신주를 모시는 사당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자까지 종택에서 박물관으로 재탄생한 충현박물관은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듯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오리(梧里) 이원익 선생의 청백리 정신을 계승하고자 100여년째 변함없이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충현박물관을 찾았다.

조선 중기 6차례 영의정 지낸 오리 이원익
청빈한 삶 유지… 인조임금 ‘관감당’ 하사

13대 종손 부부, 유적과 유물 복원·정리
2003년 충현박물관 개관… 1862점 소장
이원익 유서 등 11개 경기도문화재 보유

청렴인성 교육관 개설… 청백리 정신 계승
학생·공무원 대상 교육 체험프로그램 운영

 


 

 


◇ 이원익의 청백리 정신 담긴 충현박물관

이원익(1547~1634)은 조선 중기 문신으로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공려(公勵), 호는 오리(梧里)다. 태종의 12번째 아들 익령군의 4대손으로 선조, 광해군, 인조 3대에 걸쳐 6차례 영의정승을 지내면서 ‘오리정승’으로 알려졌다. 선조 임금 때 청백리(淸白吏)에 녹선(錄選) 됐으며 대동법 시행, 군병 방수 제도 개혁 등의 공을 세웠다.

특히 이원익은 성품이 소박하고 단조로워 과장이나 과시할 줄을 모르고, 소임에 충실하고 정의감이 투철했다고 전해진다. 6차례나 영의정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두어 칸짜리 오막살이 초가집에 살만큼 청빈한 삶을 유지했다.

선조 묘소가 있는 곳에 살고자 은퇴 후 지금의 박물관 자리에 초가집을 짓고 살았던 이원익을 안타깝게 여긴 인조 임금은 그에게 사택을 하사, 백성들이 이원익의 청렴한 삶을 보고 느끼라는 의미로 ‘관감당(觀感堂)’이라 지었다. 관감당은 두 번의 중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찾았으며 현재 경기도문화재자료 제90호로 지정됐다. 이밖에도 충현박물관에는 거문고를 즐겨 연주했다는 탄금암과 400년 수령의 측백나무가 남아있다.

충현박물관은 이원익 종가에서 만든 전국 유일의 종가박물관이다. 이원익을 불천위(不遷位·큰 공훈이 있어 영원히 사당에 모시기를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 중시조로 모신 오리 종가 13대 종손 부부는 1990년부터 종가와 관련된 유적과 유물들을 복원·정리하고 전시관과 관리건물 등을 신축해 10년간 유물관으로 개방했다.

이후 2003년 재단법인 ‘충현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이원익 선조의 탄신일인 10월 24일 충현박물관을 개관했다.

충현박물관은 전시관 3관(365.16㎡)과 수장고 5관(543.12㎡)을 비롯해 이원익의 후손이 거주하던 종택, 제사를 지내는 사당인 오리 영우, 충현서원지, 선조 묘소까지 역사적 기록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문화재들이 보존돼 있다.

전체 소장품 수는 1천862점으로, 주요 소장품으로는 보물 제1435호 오리 이원익 영정을 비롯해, 이원익 유서, 이원익 도망시, 이원익 계자손서 등 11개의 경기도 유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종택에는 직접 사용했던 다듬이돌, 맷돌, 절구 등 생활민속품이 전시돼 있어 옛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 전통문화 우수성 알리기 위한 체험프로그램 운영

조선시대 청백리의 표상으로 알려져 있는 이원익 선생의 정신과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충현박물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청소년 및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체험프로그램들을 운영,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리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널리 알리기 위해 박물관은 2015년 4월에 광명시와 경기대학교의 협력하에 ‘오리 이원익 청렴인성 교육관’을 개설했으며, 4월부터 11월까지 79회에 걸쳐 총 2천598명이 청백리 오리선생의 숨결과 정신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하는 기회를 가졌다. 교육 대상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중고등학생 등이며, 주요 교육 프로그램은 오리선생 역사 강좌, 유물 관람, 명상수련 등이다.

또 오리선생 13대 종부인 함금자 관장의 지도로 ‘종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자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전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선조의 지혜 배울 수 있는 인성교육의 중심적 역할 하고파”

함금자 충현박물관장

‘종택 의미있게 사용하자’ 남편 제안에
유적지 복원… 10년간 유물관으로 운영

예순 넘어 대학원서 박물관 문화행정 공부
“전통 지키며 사는 삶 자부심 느낀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가치와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인성교육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충현박물관 관장이자 13대 종부인 함금자 관장은 충현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5살 어린나이에 종갓집에 시집을 온 함금자 관장은 여느 종갓집 며느리처럼 일년에 몇차례 제사를 지내며 고된 시절을 보냈다.

“1965년 당시 전통방식 그대로 제사를 지냈고, 제사음식을 준비하는데 한달 이상 걸렸습니다. 11월 제사때는 날씨가 매서워 상에 그릇을 놓으면 미끄러질 정도였고, 고된 시간을 견디며 4년을 종택에서 생활했습니다.”

힘든 세월이었지만 누구보다 종택에 애정이 깊었던 함 관장은 다락에 묻혀있었던 그릇이나 민속품, 이원익 선생의 유품들을 수집하고 정리했고, 이후 박물관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는 “집이 노후화되면서 사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종택을 헐어버려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때 남편이 이원익 선생의 훌륭한 정신이 깃든 이곳을 좀더 의미있게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1990년대부터 유적지 복원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10년간 유물관으로 운영했던 함 관장 부부는 좀더 체계적으로 유물을 복원·연구하기 위해 박물관 등록을 결심했고 2003년 충현문화재단을 설립, 그해 10월 24일 박물관을 개관한다.

함 관장은 “박물관을 열면서 남편이 그동안 유물보존에 공이 컸다며 제게 관장을 권유했다. 관장이 되고나니 책임감도 커지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예순이 넘어 대학원에 들어가 박물관 문화행정을 공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충현박물관은 전국에서 유일한 종가박물관으로 청렴의식을 실천한 이원익 선생이 실제로 살았던 곳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장점을 기반으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지역사회 인성교육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사립박물관 평가인증제 시범실시 결과 청렴인성 교육진행 우수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함금자 관장은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여자아이가 ‘관장님처럼 살고싶다’고 한 적이 있다. 전통을 지키며 사는 삶이 낯설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인성교육이 되고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충현박물관이 광명시 지역사회에 좋은 인성교육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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