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RP 중재로 65일간 협상
안산교육청 한시적 이전 등 합의
이전 시기·방식은 미정
4·16안전교육시설 2018년 준공
일부 유족 시위·단원고 교장 실신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존치교실)’ 이전 문제가 사회적 합의로 최종 타결됐다.
9일 오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모인 7개 기관·단체 대표는 ‘4·16 안전교육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하고, 기억교실의 한시적 이전에 합의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김광준 신부의 사회로 진행된 협약식에는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남경필 경기도지사, 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장, 제종길 안산시장, 노선덕 안산교육지원청 교육장, 정광윤 단원고 교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 내용은 ▲4·16 안전교육시설의 건립 및 운영 ▲4·16 추모행사 개최 및 지원 ▲단원고 교육정상화 및 안산교육 발전 ▲단원고 내 기억공간 조성 ▲단원고 학교운영 참여협의체 구성 ▲기억교실의 한시적 이전 등이다.
4·16 안전교육시설은 단원고 인근인 안산시 단원구 426의 10번지 일원에 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3천835㎡), 27실 규모로 오는 2018년 9월 준공될 예정이다. 소요예산은 약 90억원으로 도와 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고, 부지 제공과 용도변경,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은 안산시가 이행하는 등 재정·행정적 절차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설 운영주체인 도교육청은 4·16 교훈과 가치를 공유하고 선진 안전교육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에 맞게 학생안전교육 및 추모와 성찰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416가족협의회는 시설 건립 전까지 기억교실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한시 이전에 합의했다. 다만 기억교실의 이전 시기 및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단원고는 교내에 추모조형물 등 기억공간을 조성하고, 매년 4·16 추모행사 실시와 학교운영 참여협의체를 자체 구성하기로 했다.
올해 초 기억교실 이전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2월 28일 KCRP 중재로 시작한 ‘단원고 존치교실 관련 협의회’는 65일간 9차에 걸쳐 열린 바 있다.
김 신부는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의 기억교실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 적어도 이 문제 만큼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두 달 동안 협의회는 물론 개별적으로 수차례 대화 등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여러 차례 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한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희생을 아픔과 슬픔으로만 남기지 말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과 미래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기억교실의 이전 및 복원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을 협약서에 담았다. 교실이전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며 “4·16 안전교육시설 건립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조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유족들은 ‘흔적이 사라지면 기억에서 멀어집니다’ 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하기도 했고, 정광윤 단원고 교장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안산=김준호·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