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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

                                           /김광렬

나뭇가지에 걸린 보름달이

제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여

쿵, 땅바닥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바람에 팔랑이는 나뭇잎이

간신히 엉덩이를 밀어 올려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간담이 서늘했던 순간이여



- 시집 ‘모래마을에서’ / 푸른사상사 / 2016



 

 

 

시인은 아마 보름달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나보다. 나뭇가지에 엉덩이를 걸친 보름달의 무게가 느껴지기까지 쿵,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팔랑이는 나뭇잎이 엉덩이를 밀어 올려서 간신히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표현은 동시적이고 재미있다. 어린이의 천진함을 오래 간직하는 사람을 시인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살아남기의 경쟁구도 속에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팍팍한 현실을 잠시 뒤로하고 달이 떠오르는 광경을 바라보며 이렇게 순하고 아름다운 표현을 찾아내는 시인의 뒷모습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보름달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질까 봐 간담이 서늘했다니…. 쿵, 하고 엉덩방아라도 찧을까봐 마음 졸이는 그 찰나에 어린 누이가 되어 동참하고 싶다. /최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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