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감정이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그림에 담아 세상과 소통하듯, 선사시대에도 바람과 염원을 벽화에 그려 넣었다. 인간과 신을 연결해 준다는 믿음이 담긴 벽화는 예술성은 물론이고 종교적인 의미를 충족시켰다.
이같은 벽화 고유의 의미에서 영감을 받은 이경화 작가는 현대적으로 해석한 벽화 작품들을 완성, ‘바람씨앗의 비밀Ⅱ’ 전시에서 선보인다.
제주현대미술관 입주작가였던 이경화 작가는 제주고산리유적을 답사하며 당시 벽화에 주목했다. 선사시대 벽화가 힘든 시기를 위로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현재에도 그 기능이 유효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초기 작업이 선사시대 벽화 그대로를 캔버스에 옮겼다면, 이후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숨쉬는 벽’ 작품은 돌가루를 덧칠해 벽화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세월호, 위안부 소녀상, 물대포를 상징하는 오브제를 더했다. 위안부 소녀상 사진에는 노란 나비를 달았고, 세월호의 노란 리본은 하늘로 날아가 듯 표현했다. 물대포는 무릎보호대와 고무호스로 재미있게 완성했다.
이경화 작가는 “무거운 사건들이지만, 예술적인 요소를 더해 재치있으면서도 임팩트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제목 그대로 숨결이 느껴지는 벽을 완성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전시장 한켠에는 일반인들이 참여해 자신의 바람을 표현한 작품들도 전시된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고 싶은 바람, 토끼가 방아를 찧는 달을 여행하고 싶다는 바람 등 소박하면서도 현실적인 바람들이 모아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됐다.
이경화 작가는 “벽화에 그려진 간절한 바람은 마음 속 바람 씨앗이 돼 불씨와 씨앗을 발견하고 토기를 만들 수 있는 근원이 됐을 것이다. 과거에 그랬 듯 내가 간직한 바람씨앗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그 씨앗이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일까지 행궁길갤러리에서 이어진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