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강하게 보이지만, 속은 부드럽다는 뜻의 내유외강(內柔外剛)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말할 때 쓰인다.
롯데아트스튜디오는 이에 착안해 속에는 근심이 있으나 겉은 달다는 뜻의 ‘내우외감(內憂外甘)’전시를 롯데백화점 일산점 샤롯데광장에서 개최, 달콤해 보이는 것들에 대한 회의와 모순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에덴동산 설화 속 무화과의 맛이 달콤하다는 단어로 형용되는 것처럼, 인류학의 역사에서 달콤함은 유혹과 금기, 욕망과 죄책감을 상징했다. 이처럼 내우외감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는 신정은, 오미라 작가가 참여해 조각 및 회화 작품 18점을 준비했다.
신정은 작가는 초현실주의적 조각 기법의 일환으로 구체관절 인형의 몸 일부에 사탕 이미지를 결합시켰다. 자아를 상징하는 인형과 욕망을 상징하는 사탕이 어울리지 않게 연결된 ‘candy1’ 작품을 통해 욕망의 유혹으로 변형되고 과장된 인형에 현대인의 삶을 투영했다.
뿐만 아니라 사탕을 암시하는 화려한 스트라이프 문양과 함께 과장된 신체로 표현된 그의 작품은 욕망에 대한 냉소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오미라 작가의 작품은 동화 속 세상처럼 환상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동물의 형태를 종이로 만들어 연약하고 소모적임을 강조, 우리의 여유와 안식을 위해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고난과 그것을 작동시키는 국제 거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았다.
작가는 수요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의 빈곤과 고통이 개선되지 않는 역설적 상황에 주목하며 이러한 우리의 무관심과 심리적 거리감을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전시 관계자는 “신정은과 오미라의 작품들은 사회적 문제들을 달콤한 겉 표면으로 중화시켜 보다 더 회유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를 통해 달콤한 유혹 때문에 현실의 쓴맛을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14일부터 4월 3일까지 이어진다.(문의: 031-909-2688~9)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