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무렵 유럽은 천년 역사에 가장 비상한 기술적 변혁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자동차, 전신, 화학적 생산, 전기, 전구, 라디오, 인공 비행의 발전과 더불어 세계는 해마다 시민들의 눈앞에서 바뀌고 있었다.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특허국에 있었던 아인슈타인은 항해를 위한 자이로컴퍼스, 새로운 원리로 작동하는 냉장고, 정교한 전자공학 장치 같은 것을 탐구했다. 파리의 경도국을 책임지고 있던 푸앵카레는 수천 킬로미터의 해저케이블을 통해 시간 신호를 보내서 정교한 세계지도를 창조한다는 전세계에 걸친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철도와 시계에 관해 썼고, 푸앵카레는 경도를 찾는 전신전문가에 관해 썼다.
이처럼 두 사람은 진짜 기술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알고 있었고, 하버드대학교 조지프 펠레그리노 과학사 및 물리학 석좌교수이자 과학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피터 갤리슨은 두사람이 나아갔던 과학적 여행을 따른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를 펴냈다.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푸앵카레와 아인슈타인이 시간 동기화와 상대성이론을 밝히면서 전 세계적으로 본초자오선과 경도를 정하고 시간과 지도가 통일돼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그 밖에도 19세기 후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믿어왔던 에테르가 상대성이론의 발견으로 폐기되는 과정, 육상과 해저에 전 세계적으로 전신케이블을 설치하는 과학자들의 노력, 경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의 지도제작자들의 어려움, 전신 신호를 이용한 시계 동기화와 세계지도 제작 과정, 미터법 규약이 국제화되는 과정, 천문대 시간과 철도 시간 사이의 반발, 시간의 규제로 프랑스가 제3공화국의 혁명을 제도화하는 과정 등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의 풍경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또한 독자들에게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십진법을 이용한 프랑스혁명 시계, 간섭계, 이동식 천문대, 공기압시계 제어실, 아인슈타인이 봤을 스위스 무리의 시계탑, 시간의 전자기 좌표화에 관한 특허 등 다양한 삽화를 실었다.
저자 피터 갤리슨은 그가 과학사학자인 만큼 상대성이론을 사회적,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어려운 수학과 물리학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20세기 초 천재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저자는 “한국을 돌아보면 특히 극적인 과학-기술의 재결합을 마주하고 있는 사회가 보이며, 이는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가 상대성이론을 구축하면서 맞닥뜨렸던 것과 같은 종류의 환경인 듯하다. 따라서 지금의 한국에서 이 주장이 독자들과 만나 이 중심 메시지, 즉 추상과 물질성은 각각 함께 맞물린다는 메시지에 가락을 맞출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