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유산여행]국보3호,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방화로 인해 불에 탔던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은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싶다. 국보 2호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으로 탑골공원 내에 있다. 그렇다면 국보3호는 무엇일까? 국보 3호는 생각보다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국보 3호는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이다. 오늘은 국보 3호를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북한산’이라는 지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국보 3호를 만나기 위해서는 북한산으로 가야할 것 같다. 하지만 북한산에 가면 국보3호를 만날 수 없다. 국보 3호는 북한산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야한다.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는 국립중앙박물관 선사 고대관에서 신라실 마지막 즈음에 위치해 있다. 선사 고대관 구석기실부터 관람하다보면 국보 3호는 놓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곧장 신라실로 향한다.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의 순수비는 전시용 유리케이스가 없어 360도 밀착 감상이 가능하다. ‘순수(巡狩)’란 ‘황제가 자신의 땅을 직접 돌아다니며 천지산천에 제사를 드리고, 지방의 정치와 민심을 시찰하던 고대 중국의 풍습’을 뜻한다. 따라서 순수비는 왕이 직접 자신의 영토를 시찰한 후 세운 비석이다. 553년 신라는 백제가 차지하고 있던 한강유역의 하류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신라 진흥왕은 이 지역을 직접 돌아보았는데 이를 기념해 세운 것이 이 북한산 순수비이다. 진흥왕이 세운 순수비는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외에도 경남 창녕군에 있는 창녕순수비, 함남 함흥시 소재의 황초령 순수비와 마운령 순수비 등이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서 정면으로 마주한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는 왼쪽에서 오른쪽 사선으로 깨어진 흔적이 선명한 줄로 남아있다. 아래 부분에는 글씨가 거의 마모되어 어렴풋이 흔적만 남아 있다. 순수비의 측면으로 돌아서면 전면의 희미한 글씨와는 다르게 선명한 글씨가 눈에 띈다. 바로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흔적이다. 신라 진흥왕의 순수비에 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조선시대 추사의 흔적이 담긴 것일까.

조선시대에는 북한산에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운 무학대사의 비석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당시 금석문에도 조예가 깊었던 추사 김정희 선생님은 이 비석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친구 김경연과 함께 북한산 비봉을 올라간다. 비봉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던 비석은 당시에도 많이 훼손되어 있었는 데 비석에 새겨진 글씨도 68자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글씨를 한자 한자 읽어 내려가던 추사 선생님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학대사의 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이 비석에 새겨진 비문을 판독해 이 비석이 신라 진흥왕 순수비임을 밝혀냈고 그 결과를 순수비 측면에 기록해 놓았다. 측면에서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함자를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순수비 관람 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순수비 뒷면으로 돌아가면 앞부분과는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수많은 구멍이 비석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다. 바로 총탄자국이다. 무려 스물여섯발의 총탄 자국이 순수비 전체에 남아 있는 데 이는 6.25전쟁의 아픔이다. 우리 민족이 겪은 6.25전쟁을 순수비도 함께 겪으며 그 아픔을 온몸으로 안고 있는 셈이다. 오랜 세월 북한산 비봉 꼭대기에 자리했던 진흥왕 순수비는 상할대로 상해서 머릿돌은 사라지고 몸체도 깨지고 부서져 있다. 심지어 총탄까지 맞은 순수비는 볼수록 가슴 아픈 국보이다. 1972년에 경복궁으로 자리를 옮겼던 순수비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국립중앙박물관 실내 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국보만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보 1·2·3호만큼은 직접 찾아가 두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에 새겨놓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지만 한낮은 아직도 더운 요즈음 우리의 국보 3호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