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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먹고 사랑하다 … 한국 유기견들 실태는?

작가, 버려진 개들 관련 르포 작성
한국 유기견 문제 개 식용과 결부
인터뷰·취재 기반… 현장 담아내

 

펫숍 쇼윈도의 새끼 강아지들은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애견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번식장의 개들은 켜켜이 쌓인 배설물 위의 케이지에서 일생을 보내며 기계처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근친교배로 크기를 줄인 강아지들은 온갖 유전병과 열성인자를 떠안고 어미젖을 떼기도 전에 경매장에 나와 소매점으로 팔려간다.

그렇게 인간의 손에 들어온 강아지들은 번거로워지거나 크기가 커져 더 이상 귀엽지 않으면 쉽게 버려지고 만다.

버려진 개들은 아주 적은 수만이 지자체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찾고, 대부분은 안락사된다.

보호소에조차 가지 못한 개들은 육견업자의 손에 들어가 개고기가 되거나,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는다.

작가 하재영은 2013년부터 동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달팽이들’, ‘스캔들’ 등의 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 소설가다.

갈 곳 없어진 강아지 ‘피피’를 떠안게 되면서 유기견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하지영 작가가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를 쓰기로 결심했고, 자신의 첫 논픽션 작품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통해 한국 개 산업의 실태를 그려냈다.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을 취재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번식업자,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자, 육견업자 등 다양한 사람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저자는 다각적 취재를 통해 한국의 유기견 문제가 개식용과 뗄 수 없이 결부돼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폭로한다.

유기견 양산의 근원은 수요를 훌쩍 넘기는 공급을 쏟아내는 불법 번식장이고, 이 기형적인 생산구조가 유지되고 넘치는 공급이 ‘해소’될 수 있는 이유는 ‘반려견’들이 언제든 식용견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유기견 문제는 개식용을 논하지 않고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개식용 문제를 동물권이라는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개식용 합법화가 실은 모두의 손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논한다.

아울러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발로 뛴 인터뷰와 취재에 기반해 충격적인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르포로서도 가치 있지만, 국내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잘 쓰인 논픽션으로서도 손꼽을 만하다.

동물에 아무 관심도 없던 작가가 반려견과의 관계를 통해 동물을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고, 반려견에서 유기견, 모든 개, 그리고 모든 동물로 인식의 지평과 연민의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동물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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