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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박한 미감 속 여유로운 美의 세계

고대 벽화기법 연구·재해석
한국화단의 수묵채색화 변화 모색
뇌출혈 이후 왼손으로 그리기 시작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9일 개막식

 

산동 오태학 회고전‘졸박을 넘어 여의 세계로’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오는 19일부터 6월 17일까지 산동(山童) 오태학 회고전 ‘졸박(拙朴)을 넘어 여(餘)의 세계로’를 개최한다.

1938년 충청남도 부여군에서 태어난 오태학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학과 재학 당시 국전에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등을 휩쓸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세기 후반 이후 서구 미술이 한국 미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가운데 조선시대의 오랜 회화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는 수묵채색화 역시 혼란의 과정을 겪었다.

오태학 작가는 이러한 혼란의 시기를 돌파하기 위해 특정 대상의 형체를 해체, 재구성하는 서구미술의 표현방식을 차용해 수묵채색화의 변화를 이끌며 주목받았다.

오태학 작가는 한국 미술의 원형이 고대의 채색 벽화에 있다고 보고 이를 연구한 끝에 자신의 작품세계의 주요한 표현방식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퇴락한 질감과 고풍스러운 미감을 간직한 벽화기법의 한국화가 탄생했다.

특히 예술가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한 차례의 고비는 오태학의 예술 세계에 깊이를 더하는 계기가 됐다.

1999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오른손 마비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오태학 작가는 치열한 노력 끝에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

수십 년 붓을 잡아온 오른손을 왼손으로 대신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작가는 이를 극복했고 그가 추구하던 꾸밈없고, 여유로우며, 질박한 미감을 오히려 한층 진솔하게 담아내게 됐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벽화기법의 채색화를 통해 한국화단의 변화를 모색했던 원로 대가 오태학의 작품세계 전체를 망라하며 현대 미술사에서 그 위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마련할 것이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관계자는 “노자의 도덕경에 수록된 대교약졸은 ‘아주 능숙한 사람은 자연스럽고 꾀도 쓰지 않으며 자랑하지도 않아 서툴게 보인다’는 뜻으로 오태학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함축해주는 말이다”라며 “질박하지만 그 안에 대상의 참 모습을 함축하고 있으며, 여유로움이 내재된 오태석의 그림 60여점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 개막식은 오는 19일 오후 3시에 열린다.(문의: 031-637-0033)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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