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에 형상을 그려내는 회화는 주로 네모난 프레임에 맞춰 이미지를 담아낸다.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까지 프랑스에서는 이같은 회화의 정형성을 해체하고자 하는 쉬포르 쉬르파스 예술운동이 벌어졌고, 이를 통해 회화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이후 예술가들은 캔버스가 아닌 다양한 공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벽이다. 작업실에서 벗어나 공개된 장소에 그림을 그림으로써 작품은 현장성을 담아내며 보다 생동감있게 완성됐다.
뿐만 아니라 곧 ‘사라지는 미술’이라는 점도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됐다.
경기도미술관은 프랑스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과 협력해 벽에 그린 회화를 소개하는 ‘그림이 된 벽 전시’를 오는 6월 17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야노스 베르, 클레르 콜랭-콜랭, 미셸 뒤포르, 크리스티앙 자카르, 크리스티앙 로피탈, 올리비에 노틀레, 에밀리 사트르, 수아직 스토크비스 등 8명의 프랑스 작가가 참여한다.
경기도미술관과 함께 이번 전시를 기획한 올리비에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 관장은 “4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다른 세대의 작가가 다른 소재를 사용해 만들어내는 회화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랑스 현대미술의 활력과 다양성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8인의 작가들은 거대한 규모의 회화나 드로잉으로 추상적이고 초자연적인 이미지를 미술관 벽에 그려내며 회화의 실험적인 시도들을 전시에서 선보인다.
아울러 불을 이용해 벽면에 남은 그을음으로 추상적인 패턴을 만들어내는 크리스티앙 자카르의 작품을 비롯해 페인트를 덧칠하는 과정을 통해 벽면에 균열을 표현한 클레르 콜랭-콜랭의 작업 등 각기 다른 회화적 실천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 관장은 “회화의 기본 요소인 형과 색, 그리고 회화적 행위의 흔적을 벽화로써 극대화해 보여주는 이 전시는 가상의 리얼리티와 각종 표상들, 범람하는 이미지로 가득한 요즘의 세계에서 이미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본질적으로 사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