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격차’다.
민주화 이후 한동안 영남과 호남 간의 지역갈등,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 갈등이 우리 사회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계층갈등, 빈부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소득과 재산의 차이는 늘어나고 있고, 부자 동네의 아파트와 가난한 동네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격차의 확대가 더욱 심각한 까닭은 그것이 개인의 노력에 의해 쉽게 극복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환경이 됐고, 교육이나 취업을 통한 계층 상승의 기회도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심각한 격차와 불평등의 심화는 불가피하게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흙수저, 금수저, 헬조선 등 현실을 개탄하며 자조하는 단어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주로 쓰이는 현실을 이같은 문제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됐음을 시사한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은 장래 아이들의 교육 기회, 건강 그리고 낙관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서도 격차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는 계속 축적되며, 사회 내 갈등은 점점 불가피해진다.
그러므로 갈등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갈등의 현상이 아닌 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서울대학교 5명의 사회과학자들은 불평등과 격차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해 보기로 했다.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은 사회복지학, 지리학,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을 공부하는 다섯 명의 사회과학자들이 각 전공의 시각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의 격차, 불평등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 갈등의 주요 원인이 격차, 즉 불평등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소득 분배의 악화부터 지역 불균등, 교육적 성취 기회의 불평등, 청년세대 내 젠더 간 갈등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 전반과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태도에 미치는 영향까지 불평등과 관련된 총 다섯 가지 주제를 다뤘다.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문제가 상호 관련성을 가지고 점점 구조화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책은 불평등에 대한 다층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