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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퍼스트 무버 키우는 동아리형 교육혁신

 

기업들의 신입사원 교육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식은 전달할 수 있어도 타고난 열정을 키워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축소경제에서 기업환경이 나빠지고 또 모방추격형(fast follower) 경영에서 창조혁신형(fast mover) 경영으로 전환하여야 할 시점에서 기업들은 모든 직원에게 각자의 위치에서 창의성과 열정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이후에 교육을 통해서 느끼는 외적 동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기업들은 애초부터 원래 내적인 동기를 많이 가진 사원들을 뽑는 방식으로 입사제도를 바꾸었고, 기업들의 이런 방식은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과 대학의 면접관들은 짧은 대화나 지원자들의 눈빛에서 바로 내적인 열정을 발견한다. 의외로 사람들은 타인의 열정을 매우 쉽게 간파한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총장을 지낸 ‘김용(현 세계은행 총재)’은 당시 입학사정관으로 참석했다. 그리고 그가 학생들의 면접을 보던 얘기를 인터뷰에 남겼다. 그는 분명히 백지연 씨가 쓴 책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에서 말했다. “그런 건 우리 눈에 아주 잘 보입니다. 시켜서 했는지 좋아서 했는지…” 학생들의 성적이 높은 것으로는 별 차이가 없지만, 과거에 성적을 올리는 과정에서 공부를 즐겼는지, 의무적으로 했는지가 잘 보인다는 말이다.

열정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드러난다. 말의 속도가 빠른 것과 억양, 제스처가 큰 것, 동공의 크기가 더 커지는 것, 앉는 자세 등등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메라비언’이 말했던 소통의 법칙대로 언어의 내용과 상관없이 표정과 눈빛, 태도에서 심리와 정서가 90% 이상 드러난다. ‘메라비언’은 내용과 태도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진실함이 말에서 느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말 이외의 것에서 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입사면접에서 회사의 가치관·경영방침·업무에 호감이 가느냐고 물었을 때, 관심을 가진 정도에 따라서 커지는 동공의 크기가 다르다. 이 과정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보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인데 매우 본능적으로 일어난다.

눈(目)이 마음의 창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동공의 크기 조절이 의식적으로 안 되기 때문이다. 심장과 홍채는 불수의근이라서 사람의 깊은 진실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잘 알고 있어서 당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 하고 심장소리가 들릴까 거리를 둔다. 그러나 그 피하는 태도는 더욱 부정적 평가를 부른다. 결국 눈빛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내재동기와 가치관의 차이를 보는 면접관의 눈은 절대 속일 수가 없다. 동공의 크기를 본능적·무의식적으로 파악한 면접관들은 상대의 열의와 진정성에 대해 감을 잡는다.

스탠포드대학의 임상신경의학 교수 ‘프랭크 R. 윌슨’은 운동과 제스처가 인지발달의 시작이라고 했다. 뇌과학 연구에서 ‘암스트롱’ 외의 여러 학자들은 손동작과 몸동작이 명사나 동사를 문법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만든다고도 한다. 그래서 인간의 인지적 느낌은 몸짓과 눈짓으로 신호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 ‘윌슨’은 운동과 놀이와 만들기, 즉 육체적 활동과 제스처, 도구를 만드는 손짓이 뇌를 구축했기에 유·초등 청소년기 교육과정에서도 주축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아동기의 교육이 이를 소홀히 한다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윌슨’의 주장은 ‘동기(motive)’가 ‘운동(move)’이란 말에서 파생했는데, 어원적 순서를 보아도 움직임이 없다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는 다양한 동기부여에 관한 심리적 실험들과 일치하는 주장이다.

우리 아이들이 창조혁신형 인재가 되려면 누구든지 어떤 경계에서 처음으로 뛰어드는 체험을 해야 할 것이다. ‘퍼스트 펭귄’이 되어 보아야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 학교가 계속 교과서 중심으로 수업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교육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토대로 수시로 동아리를 결성하는 방식의 ‘동아리형 교육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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