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꼬마리
/심우기
종의 번식에 대한 집념은
한번 달라붙은 인연을 절대 놓지 않는다
서툰 손사래에는 끄떡없고
툭툭 쳐대는 발길질도 웬만해선 다 견뎌낸다
자식 때문에 사는기라
때로는 무시를 당하면서도
천대까지 받으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끈끈한 가시 같은 인연
너무 힘들다 싶으면
따뜻하게 손 내미는 사람의 바지에 붙어 훌쩍 떠나고도 싶은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요양원에 누워
외로워 스스로 말라버리는 도꼬마리
- 심우기 시집,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요즘 늘어가고 있는 것이 요양원이다. 오래도록 죽지 않는 노인 인구가 늘어가는 시대, 열린 그 세계 속으로의 준비를 서두르는 걸음들이 빠르다. 종의 번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늘이 준 의무이자 집념이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절대 거스를 수도 버릴 수도 없음이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일생을 사는 일이며 부모가 자식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까닭이다.한 번쯤 힘들어 도꼬마리처럼 따뜻하게 손 내미는 사람의 바지에 붙어 떠나도 좋았으련만, 때로는 무시를 당하면서도 천대까지 받으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끈끈한 가시 같은 인연, 하지만 노쇠한 부모가 아무것도 줄 것 없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마음을 다할 것인지, 자식 때문에 모든 일을 웬만해선 다 견뎌냈던 내 부모님, 오늘도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움에 스스로 말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정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