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잎 흩날리다
/박복영
저 연분홍 아이들을 보시게
당신이 열꽃 앓고 키운 하나같은 아이들을
다, 컸다고 제집 떠나 객지로 뛰어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저 아이들을 보시게
같이 떠나겠다고 발동동, 떼쓰는
둘째, 셋째를 보시게
허리 휜 채 말라가는 당신이여
- 박복영 시집, ‘낙타와 밥그릇’
꽃이 활짝 핀 만개라는 단어 속에는 낙화라는 떠나감의 순간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삶의 이치다. 벚나무 한 그루 꽃을 피웠다. 가지마다 매달린 꽃들로 한창 봄이다. 어느 계절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에 찬 환희를 느끼는 시간이다. 밤낮으로 열꽃 키워 길러낸 저 연분홍빛의 꽃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저 내 아이들, 꽃들은 발아래 무수히 흩어져 어디론가 날아간다. 같이 떠나겠다고 발 동동, 떼쓰는 둘째, 셋째 아이들, 품 안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다 컸다고 제집 떠나 객지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허리가 휜 채 말라가는 당신은, 오매불망 기다림 속에 살아간다. 언제 또다시 꽃 피울 수 있을까, 온 가족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까. 쓸쓸함으로 가득 찬 세상을 환하게 불 밝혀주는 그 날을 날마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다./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