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나무
/박설희
염소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
흰 염소 검은 염소
염소를 길렀는데
순하고 힘센 염소를 길렀는데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염소
어디로 갔는지
몇 마리를 잃은 건지
애써 기른게 구름이었나 바람이었나
한가로이 내려다 보는
흰구름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발치는 늘 압록강 물에 젖어
방목의 세월
푸르게 기다려
- 시집 ‘꽃은 바퀴다’ 중
읽으면 읽을 수록 쓸쓸해 지는 시다. 애써 기른 우리의 염소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몸 여기 저기 거뭇거뭇한 발자국 흔적만 남기고, 기력이 쇠하고 얼굴에 주름이 패이도록 몰두해 오던, 빈 손 빈 가슴만 남겨 둔 채 사라져 버린, 이제는 애써 기른 것들이 구름이었는지 바람이었는지 기억조차 가물한 여기, 발치는 여전히 찬 물에 젖은 채 그리움만 하세월 푸르고 푸른 우리들의 자서.
/시인 최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