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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미술을 말한다

'여성, 그 다름과 힘-그리고 10년' 한국미술관 전시회

“둥두둥~둥둥”
세 찬 빗줄기가 여름을 재촉하는 5월의 마지막 금요일(28일), 경기도 용인 구성읍 마북리 골짝기에 자리잡은 ‘한국미술관’은 서울, 수원 등지에서 몰려온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람들의 눈이 향해 있는 미술관 안 중심자리로 총천연색의 휘황찬란한 옷가지를 걸친 무희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마구 두드리는 것 같으면서도 리듬있는 장고와 징, 꽹가리 소리는 미술관이 자리잡은 마북리의 자연경관과 어울어져 긴 울림으로 퍼진다.
올해는 한국미술관이 서울 가회동 역사를 뒤로 하고 경기도 용인으로 찾아든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온 1994년 한국미술관에서는 ‘여성, 그 다름과 힘’이란 주제로 이전기념식을 열었었다. 당시 이불의 ‘여성해방’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는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던 마북리 자리터를 흔들었고 그 기억이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머물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불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꽤나 유명한 작가가 돼 있다.
그리고 10년, 그동안 한국미술관은 ‘진정한 페미니즘, 진정한 여성미술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많은 예술가들과 함께 고민해왔다. 이를 기념하며 한국미술관에서는 5월 28일 오픈식을 시작으로 8월 27일까지 ‘여성, 그 다름과 힘- 그리고 10년’이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오픈행사에서는 ‘나혜석과 오늘의 여성성’ 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 데 이어 무속인 김금화(무형문화재 82-2호)와 현대무용가 홍신자(웃는돌 대표)가 ‘나혜석 영혼 달래기’ 퍼포먼스를 열었다. 전통무용과 현대무용이란 서로 다른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들이 온몸으로 표현한 행위는 사회적 편견에 얽매여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희생당하고 고통당한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 그네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여성성’ 또는 ‘여성주의’로 대변되는 여성의 힘을 보여주는 서양화, 동양화, 조각, 사진, 금속공예 등 작가 26명의 작품 50여점이 전시중이다. 조각계 원로인 윤영자를 비롯해 김혜원, 박상숙, 정보원, 그리고 이번 전시 참여작가중 단 두명의 남성작가 박찬수, 조영남씨가 자신의 어머니의 상을 그린 조각작품을 선보인다. 또 나혜석, 김명희, 노은님, 원문자, 이불, 윤석남, 차우희, 석난희, 이나경, 이숙자 등이 평면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경연은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손과 면장갑, 그것이 갖는 부드러움과 큰 조형물이 되었을 때의 웅장함 등을 담은 섬유작품을 선보이며, 김승희가 금속공예를 선보이며, 박영숙의 사진작품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20세기 초 선각자이며 최초의 여성서양화가인 나혜석의 ‘무희(舞姬)’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여해 전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전시는 주제가 말하듯 여성미술의 정체성을 짚어보고 남성중심의 미술에서 억압되고 왜곡된 여성성을 되찾아 여성의 힘을 대변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취지다.
한국미술관 안연민 부관장은 “여성주의 미술의 본질은 순수한 여성성에 근거하며 모든 작품들이 그 하나를 향해 가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여성에 관한 작품, 여성이기에 가능한 작품, 여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 그리고 물리적이 아니면서도 강력하게 휘감는 그 어떤 여성의 힘을 나타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한국미술관 김윤순 관장
'페미니즘' 문화향상의 원동력
“페미니즘이란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 아래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가 아닐까요. 특히 급변하는 이 시대에 여성의 지혜로움과 부드러우면서도 굳센 여성성이야말로 우리의 문화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김윤순 관장(73)은 칠십대라는 사실이 낯설만큼 고운 사람이다. 그의 얼굴에서도, 어투에서도 한국여성의 특징인 부드러움, 그 내면에 잠재된 강인함이 엿보인다. 한평생 여성미술인들을 뒷받침해온 어머니로서의 삶이 그의 얼굴에 배어 있기 때문이리라.
실제로 지난 20년동안 김 관장이 운영해온 한국미술관을 통해 배출된 여성미술인은 한둘이 아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26명 가운데서도 16명이 한국미술관에서 전시를 했엇다. “지금은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지만 이곳에서 전시회를 가질때만 해도 모두들 신인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을 때였죠.”
김 관장이 여성미술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3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 문예아카데미를 열었는데,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죠. 당시는 여성들의 전시공간이 거의 없었어요. 이후 서울 가회동에 한 지인의 도움으로 ‘한국미술관’을 열게 됐고 미술작품을 펼쳐보일 장소가 없어 고민하는 여성미술인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전시기회를 갖게 됐죠. 한국미술관은 여성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운영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이후 가회동 시대를 접고 지금 한국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는 용인으로 내려온 김 관장은 지난 10년간도 여성성을 담론으로 한 작가들의 전시를 끊임없이 해왔다.
지난해 한국미술관이 선보인 전시만 해도 ‘도예, 어제와 오늘전’ ‘소장작품전(2∼3월)’ ‘들꽃과 흙의 속삭임전(4∼8월)’ ‘한국전통민화전(5∼6월)’ ‘체험 워크숍-가수 조영남과 용인사람들의 흙 빚기(7∼8월)’ ‘문학과 그림전(9∼10월)’ 등이 있다.
김 관장은 미술관안에 자신이 소장해온 작품 160점을 전시하고 있다. 김환기, 권진규, 노은임, 박노수, 박생광, 김기린 등 우리나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올덴버그, 크리스토퍼 등 유명 외국작가들의 작품도 있다. 한평생 미술을 향한 그의 노력과 애정이 깃들어 있다.
함경남도 흥남시에서 출생한 김 관장은 1?4후퇴때 월남,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현대미술관회(국립현대미술관 내) 이사, 사단법인 박물관협회 이사, 국립 현대미술관 운영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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