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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시선]땅끝순례문학관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이 학의 날개처럼 숲으로 장관이다. 유배지문학의 산실인 해남에는 법정스님을 비롯한 이동주, 박성룡, 김남주, 고정희 시인 등 문학가들이 탄생했다. 법정스님을 떠올리면 ‘무소유’다. “무소유는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하고, 생명 중심사상으로 나눔의 인문학을 실천하셨다. 송광사 불일암 암자에서 홀로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며 세속적인 삶과 번잡한 삶들을 멀리했던 스님의 청빈한 정신은 해남태생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법정스님의 생가 터가 도서관으로 복원되는 소식도 있고, 해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도올 김용옥 선생의 서당도 전언되고 있어 필자의 가슴 한쪽이 뿌듯하다. 대흥사 사찰길이며, 미황사의 웅숭한 산골에 곱게 물든 신록이 깊어가는 것을 마주하면 성찰과 사색의 힘을 읽는다. 땅 끝의 상징성과 서정성이 배합된 해남문학에는 시문학의 싹을 틔운 문학사의 줄기가 길다.


심호 이동주 선생의 언어 절제와 남도특유의 가락과 리듬으로 한국적인 서사들을 노래한 ‘강강술래’, ‘새댁’등 빼어난 곡조로 감미롭다. 한국문학사에 상처요, 잊을 수 없는 김남주 시인과 고정희 시인의 시대적 저항과 민중의 아픔을 남긴 시인의 행로도 더 확장성을 갖고 문학사를 내다보는 관심도 크겠다.


해남문학의 작가연구는 물론이고, 다채로운 인문학의 공간을 마련한 고뇌의 흔적도 읽혀진다. 해남문화예술행정을 이끄는 김경자 문화예술과장의 현장지도방문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군정을 소화해 가는 명현관 군수님과 담소도 가졌다. 정직과 청렴을 필두로 농업촌을 살리며, 문화관광객을 유치하는 동시에 농산물을 연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해남문학의 뿌리는 최부로부터 구문학의 비조로 일컫는 고산 윤선도를 비롯해 초의선사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문인들의 뿌리로 근간을 이룬다. 3천여 수의 한시를 남긴 임억령, 16세기 후반 사회상을 조선시대 일기의 백미 ‘미암일기’ 유희춘, 도교와 불교를 아우르는 시세계를 펼친 백광훈, 오우가, 어부사시사 등 조선의 최고봉 서정시로 송강 정철 가사와 조선시가문학으로 대표적인 ‘고산유고’가 있다. 이동주, 박성룡에 이어, 민재식 선생의 필두로 두륜문학회가 조직되었고, 혼란과 격정적인 사회현상에서 해남작가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은 어둠에서 밝은 빛으로 뿜어내는 노래를 낳았다.


대하소설 장길산을 집필한 황석영 소설가는 1976년 김남주 시인과 해남농민회를 조직하였고, 지역동인지로 한듬문학을 발간했다. 80년대는 황지우, 김준태 시인과 김지하 시인이 해남에 둥지를 틀고 지역동인지 남촌문학과 해남문학으로 김경윤 시인과 이지엽, 윤재걸, 문주환 시조시인이 지역문학을 꽃을 피웠다. 땅끝순례문학관은 김충식 군수시절 김원규 해남예총회장의 콘텐츠기획제안도 큰 몫을 했다. 이렇듯 해남문화예술인들의 고민과 지혜를 모은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다람쥐 체바퀴처럼 굴러 해남문학의 오늘이 있었다.


유배지문학의 고장,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울돌목 우수영, 역사의 창과 방패였던 해남 땅은 아픔이 많다. 사람이 생물과 다른 것은 자기분수를 진단하고 생각을 일어나게 하는 성찰에 있다. 아는 것이 힘이 되었던 시대는 가고 사유의 힘인 생각의 시대가 왔다. 문학은 언어를 통해 심성을 내는 소리로 시대의 그림자들을 찾거나 울림들을 전언한다. 삶과 문화는 묻고 질문하는 존귀함으로 잊혀 짐이 있기에 오늘도 완벽함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역사와 전통, 자연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해남, 시대현실과 문화가 있는 휴식으로 광활한 미지의 인간세계로, 인문학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문학인들이 나눔과 배려의 원초적인 사유들로 고민과 고뇌가 더 많이 요구된다.


작은 도서관이 인간의 지성을 상징하는 특별한 공간이듯 땅끝순례문학관은 인문학의 근본인 인간애 대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길을 만드는 동시에 모든 가치가 생각하는 힘에서 생겨 땅끝순례문학관이 문학을 하는 작가들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생각의 숲으로 쌓여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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