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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 음악의 흐름

  • 손스타
  • 등록 2020.08.02 13:08:29
  • 인천 1면

 

지금 어떤 음악을 듣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대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인의 취향이 매우 확고하여 한 장르의 음악만 고수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고, 또 누군가는 조금 더 큰 카테고리 안에서 유연하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몇 해 전까지는 힙합 음악이 그리고 요즘처럼 트로트 음악이 사정없이 울릴 때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당시 유행하는 음악을 저항 없이 듣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본다.

 

몇 해 전 무한도전의 ‘토토가’ 열풍이 불었다.

연일 그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의 링크와 시청 소감 그리고 추억담을 이야기하느라, 사람들의 SNS 타임라인은 꽤 분주했다. 한 세대 전의 음악이 전국의 거리에 흘러나왔고, 나이로 볼 때, 그 당시의 문화를 향유하지 못했을 법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그 노래들을 흥얼거렸다. 이 현상은 프로그램의 기획력과 파급력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강력했으며, 드라마나 가요의 복고 혹은 레트로의 열풍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 예견했던 당시의 분위기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얼마 전 음원 발매와 함께 차트를 점령한 ‘싹쓰리’ 역시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데, ‘토토가’의 킬링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과거의 모습 그대로 재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새 음악에 무뎌지고 수동적으로 변해버린 세대에게 보내진 경고의 타임캡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닌데, 그 모습은 때로는 선명하고 때로는 아련하게 느껴지는 추억의 경계에 위치한 시청자들의 모습이었다. 서랍 안에 분명히 넣어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없는 그런 물건과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당시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한 사람의 시청 소감의 글이 흥미로웠는데, 그의 글에는 ‘방송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되어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내가 그 음악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음을 다시 알게 되었다.’라고 적혀 있었다. 글을 읽고 잠시 웃었지만, 음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 시절의 음악이 매개되어 누군가에게 있어 추억 여행의 기회가 되었다는 데 의의를 둔다면, 이 역시도 유의미한 일이라고 본다.

 

기억하는 것은 잊는 것보다 훨씬 더 능동적인 자세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동안 그 쇼에 다시 나와 얼굴을 비췄던 가수들의 음악에 목이 말랐던 만큼, 적어도 앞으로는 그런 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능동적인 청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다.

 

이제는 음원 사이트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주며,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도 전에 봤던 영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에 볼 영상을 우선하여 추천해준다. 매 순간 콘텐츠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이런 시스템이 오히려 콘텐츠 소비자의 시야를 좁고 게으르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검색하면 원하는 음악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에게 선택을 맡긴 채 수동적으로 음악을 듣는다. 어떤 면에서 보면 본인의 기분과 취향이 인공지능의 선택에 맡겨진다는 것이 섬뜩하기도 하다.

 

작금의 많은 뮤지션의 인터뷰를 보면 팬들과 함께 나이 먹어가며, 그들과 함께 음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실로 이는 이상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바람이다. 뮤지션들 역시 끊임없이 좋은 음악을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그 음악을 듣고 응원해주는 청자들의 능동적인 움직임 역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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