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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지자체 서점활성화법 제정에 '기대'…“‘유령서점’ 문제 바로잡아야”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서협문고는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에 약 12만 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서점이다. 2000년부터 지금 장소에서 책 판매를 시작해 올해로 20년째 지역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017년에는 건물 1층에서 2층으로 옮겨야 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도서정가제 정책 영향 등으로 경영이 악화하면서 임대료가 높은 1층을 다른 임차인에게 내주고 2층으로 이전한 것이다. 오명영 서협문고 대표는 “접근성 측면에서 1층이 좋지만 경영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층으로 올라왔다”며 “그 대신 공간이 좀 더 넓어진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계양구가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구는 ‘인천시 계양구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2016년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미추홀구, 부평구, 동구에 이어 4번 째다.

 

구에 따르면 관내 지역 서점은 총 11곳이다. 그나마 서협문고가 사정이 가장 나은 편이고 4곳은 보유 도서량이 1000권 이하인 영세 서점이다. 3곳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지역서점 전수조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입법예고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는 구가 도서 조달 시 지역 서점 또는 지역 서점을 조합원으로 하는 협동조합과 우선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구청장이 구립도서관이나 관내 학교가 필요로 하는 도서를 지역 서점에서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아울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서점 활성화 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했다. 지역서점의 현황과 여건, 활성화 정책의 기본 방향 및 지원 방안 등 내용이 포함된다. 조례는 오는 10월 중순께 열릴 구의회 임시회를 통과하면 11월 초께 공포·시행될 전망이다.

 

구 관계자는 “이번 조례 제정 이전에도 지역서점 우선 수의계약을 통해 구립도서관 등의 장서를 지역서점에서 구입해왔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조례를 통해 마련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계양에는 현재 구립도서관 4곳(작전, 효성, 서운, 동양)이 운영 중이다. 오는 10월 말 임학동에 임학도서관이 개관될 예정이며, 이곳의 도서 구매비로 예산 약 15억8천만 원이 배정됐다.

 

오명영 서협문고 대표 인터뷰

 

오명영 서협문고 대표는 지난 2016년 인천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 제정 당시 지역서점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현재는 인천서점협동조합 부조합장이기도 하다. 오 대표에게 지역서점의 현실과 이번 구 조례 제정의 의미, 보완점 등을 들어봤다.

 

지역서점 얼마나 어렵나?

 

- 30년 전 시작했을 때 인천에 400여 개 서점이 있었다. 현재는 50여 개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고 지금도 닫으려 하는 곳이 많다. 서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한 구(區)에 한 두 개만 남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하루 매출이 얼마나 나와야 유지할 수 있나?

 

- 서점에 책이 들어올 때 정가의 약 75% 정도다. 가령, 만원짜리 책이면 7500원에 들어오는 건데 여기서 10% 할인하고 나면 남는 수익은 1500원뿐이다. 하루 100만 원 매출을 올려도 15만 원 밖에 순이익이 남지 않는 셈이다. 인천에서 하루 매출이 100만 원 이상인 서점은 10곳 정도 뿐이다.

 

 

다른 요인이 있다면?

 

-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도서 정가제 영향이 크다. 또 그동안 학생들이 책을 많이 샀는데 (저출산으로)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드니까 그런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 실효성 있을까.

 

- 인천시와 시교육청 산하 기관의 한 해 도서 구입 예산이 100억 원 가량이다. 2016년 시 조례 이전에는 모두 대형 서점 또는 납품 업체가 도서를 조달했다. 그러다 이제는 지역서점이 조달하는 쪽으로 점점 바뀌고 있다. 대략 한 개 동네 서점에서 1억씩만 조달한다고 해도 웬만한 영세 서점 한 해 매출 이상 규모다. 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다.

 

어떤 문제가 있는가.

 

- 유령서점(페이퍼컴퍼니) 문제가 있다. 오프라인 서점은 하지 않고 도서 납품 입찰만 전문적으로 참여하는 업체다. 인천에만 이런 곳이 150여 곳 정도로 파악된다. 제과점, 주유소를 하면서 부업종으로 서점을 추가해 공공기관의 도서 입찰 공고에 들어온다. 기본 업종도 없이 입찰만 참여하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페이퍼컴퍼니를 막을 방법은.

 

- 조례는 지역에 주소와 방문 매장 사업장을 두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영업 중인 서점을 지역서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행정기관이 이 내용대로 도서 입찰에 들어오는 업체가 방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지, 불특정다수가 와서 책을 살 수 있는지 등을 엄격히 확인하면 페이퍼컴퍼니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지난 30년 간 매출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반면 인건비와 기타 운영 비용은 계속 오름세다. 공공기관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지역서점이 고사하는 건 시간 문제다. 과거 성냥공장 없어지듯 서점이 사라지는 건 우리사회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 경기신문 / 인천 = 유희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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