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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처분 받아도 갈 곳 없는 노숙인들

코로나19 장기화…극한에 내몰리는 사회적 약자들

 

 “경기가 어려우니 아무래도 후원품이 좀 뜸하긴 하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무료급식소에는 경기침체로 후원금이 줄어들고, 감염을 우려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달 29일 오후 중구 북성동 인천역 인근. A 무료급식소가 챙겨주는 도시락을 받기 위해 노숙인과 홀몸노인들이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원래 이 급식소는 배식을 했지만 코로나19가 덮친 이후 도시락통에 음식를 담아주고 있다. 번호표에 적힌 시간에 맞춰 와 테이블 앞에 서서 대기하면 음식이 나온다. 이날 모두 95명이 다녀갔다.

 

급식소를 책임지는 이태은 야고보 수녀는 요즘 고민이 많다. 코로나19로 노동활동이 어려운 홀몸노인과 노숙인들은 늘어가는데 후원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그동안 모아둔 것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이 급식소는 월~토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하루 세끼 분량의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사실상 일주일 내내 끼니를 챙겨주는 셈이다.

 

그는 “지금 그럭저럭 견뎌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라며 “(종교적인) 믿음과 사명감으로 꾸준히 하면 우리도, 사회적 약자들도 잘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의 감염우려도 문제다. 이 곳엔 평소 25명의 봉사자들이 있었지만 현재 14명으로 줄었다. 감염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 함께 활동하던 봉사자가 자가격리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한 노숙인이 병원으로 서류를 떼러 봉사자와 함께 갔다가 열이 높게(37.8℃) 나와 자가격리됐고, 동행했던 봉사자도 덩달아 자가격리 처분을 받은 일이 있었다. 다행히 노숙인이 음성판정으로 나와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지만 급식소 운영에 차질을 빚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태은 야고보 수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급식소 운영보다 더 가슴 졸였던 게 따로 있었다고 했다. 자가격리 처분을 받은 노숙인이 정작 갈 곳이 없었던 것.

 

그는 “저희 단체 소유의 시설에 입소하려 해도 자가격리 처분을 받아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노숙인 분이 지내던 주안역으로 보내드리고 왔는데 음성 판정 이후에 그곳에 다시 가보니 안 계셔서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1주일 뒤 경찰과 봉사자들이 수소문 끝에 해당 노숙인을 만나 상황이 일단락 됐다.

 

이 급식소와 달리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서구에 있는 ‘광명의 집’이다.

 

이곳은 평소 하루 100명에서 120명이 찾았으나 코로나19 이후 구로부터 휴업권고를 받은 뒤 반년 간 운영을 못하고 있다. 후원금과 후원품이 많이 줄었으나 그나마 현재 무료급식이 중단돼 15명의 입소자들에게만 제공하기 때문에 견뎌나가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집단감염 우려다. 입소자들은 외출·야외활동이 금지돼 있지만 이곳으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감염될 경우다. 때문에 열 체크와 손세정 등 개인방역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다.

 

광명의 집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운영이 중단되면서 입소자들이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온 일이 영향을 받을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웅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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