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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베 퇴장·이낙연 등장, 한일관계 개선 기회다

한·일 모두 당리당략 접고

미래지향 외교 결단할 때

  • 등록 2020.09.01 06:31:38
  • 13면

일본 최장수 내각 총리를 역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병으로 인해 전격 퇴진했다. 극우세력의 수장인 아베는 그동안 한일의 국민감정을 악용해 권력을 연장해온 대표적인 인물로서 우리로서는 최악의 파트너였다. 그는 정치적 위기가 닥칠 적마다 한국을 자극하는 침략 근성을 드러내고, 역사 왜곡의 충격요법으로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그가 집권하는 동안 한일 양국의 선린은 엄청난 퇴보를 거듭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의 뒤를 이을 정치인들의 면면을 볼 때 한일관계의 냉기류가 금세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직 지나친 낙관이다. 지금까지 차기 총리감으로 언급되던 모든 이들을 제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제1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일본 정부 대변인이기도 한 관방장관을 맡으면서 아베 총리와 이념을 맞춰왔고 지난 2013년에는 한·중 양국이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에 대해 논의하는 데 대해 “안중근은 범죄자”라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던 이력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일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때가 되었다는 인식에는 오류가 없다. 때마침 우리 집권당 지도부도 이낙연 대표로 바뀌었다.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을 지낸 이 대표는 독보적인 지일파(知日派)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런 연유로 일본 언론은 이낙연 대표의 등장을 일제히 반기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여당이 유수(有數) 지일파로 알려진 이낙연 전 총리를 선출했다”면서 “악화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데 수완을 발휘해 주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일본 정계에서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 마이니치, 도쿄신문 등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일본은 정말로 늘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오랜 세월 한반도에 대한 그들의 침략역사로 인해 양국은 관계가 좋을 수가 없었다. 우리에게 말 못 할 피해를 준 침략의 역사를 한사코 부정하는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러나 지구촌이 선린과 교류로 윈·윈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웃 나라와 상호 적대하고 배척하는 일은 곧 심대한 국익손실로 연결되는 시대에 와 있다.

 

우호적 환경을 유지해온 한일관계가 근년에 왜곡된 가장 큰 이유는 양국 일부 정치인들의 ‘민족 감정’ 악용 때문이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일본의 정치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한국의 정치인은 헬리콥터를 타고 독도로 날아가거나 죽창가를 불렀다. 양국의 평범한 대다수 국민은 불행한 역사를 딛고 서로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슬기로운 선택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일본 차기 지도부의 행보를 알 수 없으나, 일본에선 일단 반한감정을 정치적 자산으로 악용해왔던 아베 총리가 퇴진했고, 한국에선 지일파 이낙연 대표가 집권당 대표로 등장함으로써 어긋난 한일관계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소중한 기회가 온 것만은 분명하다. 역지사지의 배려심을 바탕으로 한·일 모두 진정한 국익을 위해 미래지향 외교를 결단할 때가 됐다.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앞에서 갈등을 덧내는 민족 감정일랑 피차 잠시 접어두는 게 옳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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