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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거래분석원’, 개인정보 보호막 겹겹 마련을

사실상 ‘부동산 빅 브러더’…악용 여지 완벽 차단해야

  • 등록 2020.09.07 06:30:25
  • 13면

정부가 논란이 돼온 부동산 거래 감시기구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연내 출범시키기로 했다. 여당은 분석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료·금융자산·신용정보 등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법안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새로 설치되는 감시기구는 영락없는 ‘부동산 빅 브러더’다. 투기를 차단하고 시장교란 행위를 적발·처벌해야 한다는 명분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통제만능주의가 빚어낼 더 큰 부작용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감독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불법행위 근절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차단 조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구상은 독립 기구가 아니라,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자본시장조사단의 사례를 참고해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의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을 확대·개편한다는 그림이다.

 

개인 금융·과세 정보 조회 권한을 지닌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금융회사에 계좌 정보도 요구할 수 있는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국세청 등 사정 기관과 엇비슷한 힘을 갖춘 ‘부동산 경찰’ 형식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국민을 감독하는 기구가 아니라 불법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기구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부동산 투기 거래와 불·탈법 증여 의심 거래 등을 적발함으로써 시장 교란 행위를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약(藥)과 문명의 이기(利器)에는 부작용이나 악용의 여지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먹기 전에 부작용을 살피는 게 지혜로운 태도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단속을 핑계로 국민의 금융 계좌 및 거래 내역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변화가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배(순기능)보다 배꼽(역기능)이 더 큰 패착일 수도 있다.

 

우선, 부동산 조사를 전담하는 행정기관이 별도로 설치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통제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반대 논리가 있다.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도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세금은 국세청이, 대출은 금감원이, 불법행위 단속은 국토부 등이 각각 챙기고 있는데 굳이 별도의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 사태를 겪으면서 주택에 대한 그릇된 국민 인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이 집을 사는 이유에 대해서 “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라고 한 발언은 부적절 시비가 있긴 하지만, 일정 부분 왜곡된 국민 인식을 정직하게 들춰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입으로는 “집값은 안정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하나같이 자기 집값은 오르기를 바란다는 웃지 못할 자조도 있다.

 

투기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들의 주택마련을 쉽게 만드는 정부의 역할은 당연히 증대돼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서는 바느질을 못 하는 법이다. 부작용과 악용 소지를 완벽하게 막아낼 보완책을 정밀하게 찾아내어 신뢰를 구하는 게 순서다. 통제만능주의에 현혹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을 가벼이 여기는 공권력은 심각한 뒤탈을 남길 수 있다. 명분만 앞세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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