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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문화칼럼]요즘 방송 외주제작사와 외주PD들의 삶

 

살면서 지금과 같은 사태는 모두가 처음 겪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현실은 상상 그 이상이다. 코로나 사태로 영화 제작일이 중단되고 방송사들도 신규 제작보다는 재활용을 하며 제작비 절감을 하고 있는데 적자의 늪에서 헤매는 악순환이 외주제작사로 전가되었다. 프로그램들은 손쉬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스페셜이라는 미명 아래 재방송을 하며 외주제작사들은 재편집료로 기존 제작비의 30%를 받는다고 한다. 이미 동료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사무실 임대료와 기본 제작비를 겨우 맞추는 수준이다.

 

한 방송사가 계절마다 했던 공모도 줄어들어 겨우 수십 편에 이르던 외주공모가 3편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국내 취재 다큐 프로그램 30분 한 편에 500만 원이니 어떻게 제작을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제작사의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제작으로 완성도가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 외국 출장 프로그램 제작은 엄두도 못 낸다. 출국은 되어도 상대국의 입국 보장이 안 되는 현실에 또 입국 후 격리되어야 하니 외국 출장은 힘들다.

 

그나마 제작사들은 외주PD들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인데 외주PD들은 제작 일을 못하며 수입이 끊겨 집에서 놀고 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갈 데가 없어 거리를 헤매는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외주 제작 종사자들은 갈 데까지 간 듯하다. 그들에게 이직은 이제 불가피하다.

 

이미 일부는 일당 노동자로 전락했다. 생활을 해야 하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혼자라고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아는 PD 한 명은 이천의 하이닉스 공장 건설 현장에 투입되어 막노동을 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한다. 일당 11만 원이 삶을 영위하는데 절대적인데 7천 명 노동자가 군대 막사 같은 곳에서 지내며 일을 한다. 그나마 일을 얻어 행복하다니 이런 일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실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막일을 하며 술, 담배를 안 하니 당뇨, 고혈압을 잡았다니 이를 듣고 웃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제 맞벌이는 당연한 일이다. 일자리만 있다면 어디고 가야만 할 상황이다. 그동안은 해외여행을 하며 잘 먹고 잘 살았다.

 

이제 방송 제작도 종래의 제작 프로덕션 형태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출입국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외국 취재 다큐멘터리는 현지 촬영이 아닌 현지 취재원 활용으로 하여야 한다. 새로운 제작의 패러다임과 규모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다른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해보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외주제작사와 외주PD들에 국한된 일이 아니고 온 국민, 모든 직종에 해당되는 말이다.

 

사기업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위기 상황으로 광풍처럼 우리 사회에 번진 인력 감축 상황에서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일주일에 한 테이블 받기 힘들다는 유흥업 종사자의 푸념과 식대를 낮춰서라도 손님을 받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아프게 와닿는다. 공무원들이라고 이 위기 상황에서 마음고생이 없을 수 없다.

 

사회 구성원이 한 몸인데 어디에고 안전망은 없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한 민족은 이번 시련을 딛고 꼭 살아 일어날 것이다. 그것이 이 민족에게 내려진 준엄하고도 엄중한 시대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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