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과 한 가족처럼 더불어 살며 ‘반려견’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건 꽤 오래된 일이다. 그래서 어디든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집 밖을 나서면 마땅한 공간이 얼마 없다.
그런데 이번에 개가 주인공인 전시회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이 열려 눈길을 끈다.
다음달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의 주요 관람객은 사람이 아닌 개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각스카웃의 ‘개의 꿈’ 중 일부. 관람객인 개들에게 놀이기구와 같다. (사진=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영상 캡처)](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00939/art_16012126622881_ed3a15.png)
이번에 열리는 이색 전시회는 코로나19로 일정이 연기되면서 지난 25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영상으로나마 전시회를 둘러보기로 했다.
미술관 앞 전시 마당에는 조각스카웃의 ‘개의 꿈’이 전시됐다.
실제 도그 어질리티(개의 장애물 경주)에 사용되는 기구들과 추상적 조각의 요소를 결합한 작품들을 여기 저기 배치한 공간은 개들의 놀이터가 됐다.
긴장을 풀고 미술관에 자연스럽게 입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김용관 작가의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 중 일부 (사진=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영상 캡처)](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00939/art_16012126667068_a982d4.png)
김용관 작가의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 역시 개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놀잇감으로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 작품에서는 개가 적록색맹이라는 점을 감안해 노란색과 파란색으로만 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개들의 시선에 맟춰 작품을 전시했다. (사진=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영상 캡처)](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00939/art_16012126709584_ff9462.png)
미술관 내부 공간 역시 개의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김경재 건축가의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은 사람 중심이었던 전시공간과 회의실, 거실을 개가 접근하기 쉬운 가구들로 채워 새롭게 구성한 공간예술 작품이다.
사람에게는 불편한 그 공간에서 그동안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람의 공간에 맞춰 살 수밖에 없던 반려견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김경재 건축가의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 중 일부 (사진=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영상 캡처)](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00939/art_16012126747897_f558fb.png)
미술관 바닥에 설치한 모니터에서는 반려견이 견주를 기다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엘리 허경란 작가의 '기다릴 수 없어 & 말하자면'이 재생된다.
전시관 한쪽 벽에는 인간과 함께 살다가 버려져 들개가 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 권도연 작가의 ‘북한산’이 걸려 있다.
![권도연 작가의 ‘북한산’ (사진=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영상 캡처)](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00939/art_16012126782243_ec0883.png)
1925년 알래스카 극한의 추위에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면역혈청을 싣고 밤낮으로 개썰매를 끌었다는 ‘토고와 발토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정연두 작가의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은 동물 사료를 이용해 작품을 제작한 점이 특이하다.
사료 냄새를 맡고 작품 앞에 선 개들이 군상을 올려다 보는 모습이 꼭 영웅을 우러러 보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정연두 작가의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사진=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영상 캡처)](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00939/art_16012126815184_dcc36e.png)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이 아닌 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이 다수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는 개와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반려' 자체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전시 관람료는 무료, 회차당 2명 입장이다. 예약 문의 02-3701-9500
[ 경기신문 =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