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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국방이라는 신성한 의무

 

헌법은 “국방”을 “신성한”이라는 형용사로 수식한다. 헌법 제5조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가 그것이다. 단 한순간도 전쟁이 끊이지 않아온 지구의, 아니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 본다면 외세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는 “국방”이 “신성한”의 수식을 받을 자격은 충분할 수도 있겠다. 반면 코스타리카와 같이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서도 평화를 이끌어나가는 국가를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 해지기도 한다. 코스타리카가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서 군대를 폐지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그들에게 “국방”이 “신성한 의무”였다면 군대를 폐지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군은 헌법에 의해 “국가의 안정보장과 국토방위라는 신성한 의무”를 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유독 한국에서 국방의 의무 해태는 민감하게 작용한다. 그럼에도 병역비리는 끊이지 않고 잊을만하면 터져 나온다. 그 때마다 여론은 들끓는다. 하도 여론이 들끓다보니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심지어 검찰이 기소여부를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여론에 의한 재판과 응징이 이뤄져 버리고는 한다.

 

예컨대 유명 연예인이었던 MC몽은 2010년 치아를 고의로 발치해 군복무를 면제 받았다는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연예계 활동을 접어야 했다. 언론을 앞을 다투어 그의 병역비리 의혹을 보도했고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1년여의 법정 다툼을 통해 그는 2011년 말 고의 발치 의혹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공무원시험을 치른다는 등의 핑계로 입영을 연기했다는 혐의는 인정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무죄 선고가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지는 못했다. 이미 여론은 그를 병역비리 연예인으로 낙인찍었고 대법원의 판결에도 그 낙은 요지부동이었기 때문이다. MC몽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예계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검찰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 추미애 장관이 민주당 대표를 역임할 당시 아들의 휴가 연장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8개월 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는 “추미애”라는 세 글자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가히 “추미애 사태”라 부를만 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 힘’은 이를 현직 장관 아들이 과거 병가를 연장한 것을 권력형 비리로 정의하고 정치적 공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들갑에 비해 검찰의 수사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돌이켜 보면 사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은 처음부터 허무한 결과가 예상되는 것이었다. 군대를 면제 받은 것도 아니고 군복무 중 병가를 사용한 사안이었다. 꾀병도 아니고 실제 병원에서 수술까지 했다.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화로 휴가를 연장한 것이 위법한 것도 아니며 추장관의 아들만의 사례도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여론은 아직까지 추장관을 자신의 권력을 동원해 아들에게 특혜 휴가를 준 병역 비리자로 바라보는 것 같다.

 

당연히 병역 비리는 근절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병역비리를 위장한 마녀사냥도 근절되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국방의 의무의 신성함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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