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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택배기사’의 잇단 죽음, 더 이상 방관 안 된다

‘시간당 할당’에 몰린 과로사, 정직하게 풀어야

  • 등록 2020.10.20 07:26:16
  • 13면

 

택배 노동자가 또 숨졌다. 올해 들어 벌써 10번째의 죽음이다.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택배기사 김모(36) 씨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의 삶에서 비대면 서비스업은 점점 더 그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구조와 근무 환경 때문에 막장으로 몰리는 노동자들을 이제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비굴한 핑계에 갇히지 말고, 정치권이 앞장서서 정직한 제도 혁신으로 풀어내야 한다.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숨지는 일은 이달 들어서만 3명, 올해 들어 벌써 10명째다. 더구나 이번 사고는 아홉 번째 택배 노동자 사망 뒤 불과 나흘 만에 나타났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이 ‘죽음의 행렬’을 강 건너 불 보듯 지켜봐야만 하나.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는 현재의 산업구조와 깊숙이 연결돼 있다. 택배기사들은 직영 직원과 지입 기사 등 두 가지 형태로 현업에 종사한다. 직영 직원은 정해진 월급을 받고 종사하는 직군이고, 지입 기사는 자기 소유의 배송 차량과 사업자를 갖고 계약을 통해 하청을 받는 형태로 일하는 직군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일종의 능력급 형태, 즉 배달물량의 수에 따라서 수익이 달라지는 구조여서 노동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사망한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소속이었던 김모 씨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김 씨가 지난 7일 배송한 물량은 무려 400건을 넘었다. 근무 종료 시각도 새벽 5시께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최악의 노동환경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택배 노동자 문제는 필연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특고) 문제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특고 종사자의 재해율(1.95%)은 전체 산업 평균(0.58%)보다도 3.4배 높았다. 그럼에도 특고 종사자 10명 중 8명이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고 종사자는 보험료라도 아끼려고 스스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기업주들 가운데에선 이 같은 제도를 악용해 특고 종사자에게 산재 적용제외 신청을 강요하는 사람도 있다는 전언이다. 고용부도 관련 제도의 개선 방침을 밝히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산재보험 문제를 해결한다고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우기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생지옥 같은 택배기사의 업무량 자체를 줄여야 하는데, 무작정 그러자면 노동자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잠도 못 자고 밥도 굶어가며 월 4천 개를 배송해도 경비 빼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고작 2백만 원도 못 된다니 기막힐 노릇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주요 택배업체를 대상으로 택배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계기로 관련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택배산업 시장의 무한경쟁구조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 같은 정치환경 속에서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내놓을 간 큰 위정자들이 누가 있겠나. 완강한 택배비 인하 경쟁 속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라고 정부가 있고 국회가 있다. 정직하게, 혁신적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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