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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 무덤 '소실 위기'…"LH, 현륭원 재실터 주변 개발 중단해야"

화성태안3지구 내 재실터 수원부 읍치 관아터 자리로 학술적 가치 높아
융건능과 만년제, 용주사 묶는 정조대왕 효 문화재권역 발전계획 수립돼야…
주찬범 화성태안3지구 원주민 대책위원장 “현륭원 재실터의 정확한 위치는 화성태안3지구 안”

 

“현륭원 재실터에서 불과 30여 m 떨어진 부지가 일반분양 중입니다. 분양이 끝나면 시가지가 들어서고 정조대왕의 효 문화제 권역인 융·건릉의 유·무형 문화유산이 파괴될 겁니다. 현륭원 재실(齋室: 묘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터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전까지 분양절차를 중단해야 합니다.”

 

화성태안3지구 원주민 대책위원회 주찬범(사진) 위원장의 말이다.

 

최근 지역사회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도세자의 무덤(현륭원, 융릉)과 관련해 재실터의 위치를 재규명해 ‘정조대왕 능행 차’의 마지막 종착역인 현륭원 입구를 제대로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공론화에 앞장서고 있는 주찬범 위원장을 만나 현륭원 재실터 보호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융·건릉은 융릉(사도세자와 헤경궁 홍씨의 무덤)과 건릉(정조와 효의황후의 무덤)을 합쳐 부르는 말로, 화성시 안녕동에 위치한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다.

 

왕릉의 부속시설인 재실은 제관들이 제례를 준비하는 공간이자 능지기들의 근무장소였다. 현재 건릉의 재실은 왕릉 경내에 보전돼 있지만, 융릉의 재실은 남아있지 않다. 단지 옛터가 현륭원 경내 남단에 소재한다는 한신대학교 박물관의 조사보고서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이 보고서는 고고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오류”라며 “일성록 등의 사료 및 경기문화재연구원의 발굴조사보고서와 비교, 검토하면 현륭원 재실터의 정확한 위치는 화성태안3지구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융·건릉과 용주로를 사이에 두고 대지면적 118여 만㎡(약 36 만평) 부지에 화성태안3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는 지상 4층 높이의 건축행위가 허용되는 점포겸용 단독주택단지용지 24필지가 분양되고 있다.

 

재실터 보호 논란이 제기되자 LH가 분양시기를 서두른 것이다.

 

이에 주 위원장은 “당초 계획은 내년 상반기에 분양 예정이었는데 지난 5~6월부터 재실터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LH가 돌연 서둘러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왕릉의 재실로 사용했던 터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택지개발사업은 현륭원 재실터가 융 ·건릉 경내에 위치한다는 한신대 박물관 측의 연구 결과를 전제하고 수립된 것”이라며 “현륭원 재실터 위치가 오인돼 정확한 현륭원 재실터와 그 일원이 개발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그는 왕릉의 재실터가 LH의 무분별한 사업으로 소실될 것을 막기 위해 ▲현륭원 재실터의 무·유형적 가치 ▲한신대박물관 조사보고서의 오류 ▲화성태안3지구 내 재실터 존재 등을 입증하는 문서를 직접 작성해 문화재청, 경기도, 화성시, LH에 제출했다.

 

주 위원장은 “재실은 능역이다. 개발지구 내에 현륭원 재실터가 확인되면 융·건릉 능역에 포함돼야 마땅하다”며 “그에 따라 문화재보호구역 경계도 재조정돼야 한다”고 밝힌 주 위원장은 “재실터가 지구 내에 있지 않더라도 LH의 필지 분양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융건릉 문화재보호구역으로부터 150m 밖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 왕릉 지근거리에 건축행위가 허용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이라며 “변경허가가 떨어진 것은 LH가 이 용지를 화성태안3지구 원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이주자택지라고 속여 심의를 받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 위원장이 재실터 보존에 앞장서는 이유는 정조대왕 능행차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고증을 거쳐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현재 경기도와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 등은 정조대왕의 현륭원 행차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 위원장은 “정조대왕 능행차의 최초 출발지는 서울 창덕궁, 최종 도착지는 현륭원 재실”이라며 “그러나 현재 재현되고 있는 행차길은 건릉 재실에 도착해 건릉 입구(현 융건릉 매표소)를 통과해 융릉으로 가는 코스다”고 설명했다.

 

현 코스는 융릉이 아닌 건릉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

 

그가 주장하는 정확한 능행차의 길은 정조 22년(1798년) 융릉을 풍수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조성한 저수지인 만년제에서 왕이 말에서 내리는 장소인 강마소를 지나 현륭원 재실터와 융릉 입구를 거쳐 홍살문으로 이어진다.

 

현재 현륭원 재실터에서 홍살문으로 이어지는 길의 일부는 지난 23일부터 초장지 숲길로 명명돼 시민들에게 추가 개방됐다.

 

주 위원장이 현륭원 재실터 보호를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재실터의 위치가 바로 수원시청격인 수원부 읍치 관아터 자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6~2007년 문화재 발굴이 돌연 중단됐다”면서 “재실터 아래는 유구·유물 등의 매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만년제와 융·건릉, 용주사(정조의 효심을 담은 절)를 묶는 정조 효문화권 콘텐츠 개발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융·건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주말이면 3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명소지만 단순히 왕릉 하나가 콘텐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

 

또 그는 “화성시가 만년제로 통하는 물길에 농수로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현륭원 재실터 보존만이 아닌 융 ·건릉의 올바른 재정비를 주장하는 주 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기도기념물 161호 만년제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만년제는 국유지였지만 1964년 당시 정부는 민간에 단돈 60만원을 받고 팔았다“며 ”2009년 경기도와 화성시가 200여 억 원을 들여 만년제를 다시 사들였지만 지금껏 복원에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륭원 재실터와 그 일원은 만년제의 전철을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현륭원 재실터 보호 등과 관련 지역 정계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화성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김효상 의원은 최근 화성시, 수원시 등의 일부 의원들과 역사학자들이 추진 중인 ‘정조대왕 능행차, 유네스코 등재사업’이 현륭원 재실터 보존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역사학계가 과거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도, 화성시와 LH가 기존 도시기본계획 등을 번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 “일단은 이 사안에 대한 공론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콘텐츠’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이 단순히 능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만년제와 용주사까지 둘러본다면 그만큼 정주시간이 늘어나고 소비 또한 늘어난다”며 “이는 곧 지역 및 화성시 전체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오는 30일 화성시의회 임시회에서 융·건릉 관련 시정질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 경기신문/화성 = 최순철·노성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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