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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전방 철책 또 뚫려…용납 못 할 ‘경계’ 실패

‘평화 정책’ 깊어질수록 국방력은 더 강화돼야

  • 등록 2020.11.06 06:00:00
  • 13면

최전방 철책이 또 뚫렸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북한 주민 1명이 지난 3일 오후 7시 25분쯤 강원도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어와 다음날 오전 9시 56분쯤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군은 신원미상의 북한 주민이 철책을 넘는 장면을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한 변명이다. 철책을 넘어온 북한 주민을 놓치고 남쪽 1.5㎞ 지점에서 발견하기까지 14시간 30분이 걸렸다니 이게 말이 되나.

 

강화도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한 탈북민의 월북을 북한이 보도할 때까지 군이 까맣게 몰랐던 놀라운 사건이 난 게 불과 4개월 전이다. 이런 군에 어떻게 국가안보를 맡길 수 있나. 지휘 책임까지 엄정히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렇게 임기응변식으로 푸닥거리나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리 군의 투철한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건이 왜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지를 심층 분석해야 한다.

 

합참의 발표로는 북한 주민이 철책을 넘기에 앞서 배회하는 모습을 2일 오후 10시 14분쯤 두 차례 포착하면서부터 감시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시늉에 그쳤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남성이 남측 윤형 철조망 상단부를 훼손하고 넘어온 직후에도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채 뒤늦게 허겁지겁 최고 단계 경계령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일이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인 철책 감지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핑계도 용납하기 어렵다. 국방력의 핵심 시설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국방과학장비 운용에 대한 총체적인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모든 상황이 군의 총체적 기강 해이를 자인(自認)하는 것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

 

참으로 기막힌 것은 이번에 철책이 뚫린 지역이 기억에도 생생한 일명 ‘노크 귀순’ 사건이 났던 바로 그 22사단 지역이라는 점이다. ‘노크 귀순’이란 지난 2012년 강원도 고성에서 북한군 중급병사가 북측과 남측 철책을 넘은 뒤 22사단 감시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힌 일을 말한다. 2015년에도 동부전선에서 북한군 하급병사가 우리 군 감시초소 인근 언덕까지 들어와서 날이 밝을 때까지 대기했다가 귀순하는 이른바 ‘대기 귀순’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태 중에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감지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대목부터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작동조차 되지 않는 과학장비를 믿고 군이 경계심을 늦췄다면 이는 단지 해당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세상의 그 어떤 기계도 인간의 통제 안에서 벗어나는 물건은 없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그 기계를 쓰는 사람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없느니만 못하게 된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신무장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추구하는 그 어떤 ‘평화 정책’도 강한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예나 지금이나 ‘강군(强軍)만이 평화(平和)를 지킨다’는 원칙은 진리다. 유일한 길은 국군의 완벽한 대비태세 구축이다. 변명도 해명도 필요 없다. 북한이 무슨 들판을 떠도는 참새 떼도 아니고, 허수아비들을 세워 놓고서는 결코 국민이 편안할 수 없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신실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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