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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을 가다 7 - 자연과 역사.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소청도

 

소청도는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3시간30여 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섬으로 답동포구 선착장에 내려 고개를 넘으면 마음씨 착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예동이 있다.

 

예동포구에서 남동쪽으로 약 2km 정도 이동하면 섬의 남동단 해안에 도달하는데, 이곳을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여인의 얼굴에 분을 칠한 것 같이 하얗게 보이는 결정질 석회암으로 이뤄져 있어 분바위라고 부른다. 분바위는 등대가 없었던 시절 달빛이 반사돼 등대의 역할을 했다고 해 ‘월띠’라는 옛 이름을 갖고 있다. 소청도에 존재하는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의 유일한 지질명소다.

소청도 분바위가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의 유일한 지질명소로 지정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약 8억 년 전의 신원생대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 화석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분바위를 구성하고 있는 결정질 석회암은 일제강점기부터 최근 10여 년 전까지 건축 재료로 많이 채석됐다. 따라서 현재 남아 있는 양이 적은데다 그 모양도 아름다워 무단채취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2009년 11월 천연기념물 제508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분바위의 결정질 석회암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켜 한켜 자라난 굴 껍질의 성장선을 보는 것 같은 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남조세균(엽록소를 갖고 광합성을 하는 세균)의 광합성작용을 받아 생성된 석회성분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다. 그래서 소청도 주민은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들어 있는 암석을 ‘굴딱지 암석’이라고 부르며 가공하면 매우 아름다워 석공예품으로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조세균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 기원의 퇴적 구조로, 초기 지구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증거들을 제공하고 초기 지구대기 중에 산소의 형성과정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며 박테리아 및 미세조류의 진화과정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분바위 외에도 소청도에는 볼만한 자연과 역사·문화유산이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남서쪽 해안가 구릉에 설치된 소청도등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많은 철새들을 탐조할 수 있는 철새의 섬, 예동 뒷산의 김대건 신부상과 100여 년 이상된 동백나무 군락지, 이곳 역사를 벽화로 살펴볼 수 있는 노화동마을 등이 있다.

 

소청도 남서단 해안가 구릉 위(83m)에 1908년 등불을 밝힌 소청도등대는 서해 서북해 일대와 중국 산동반도, 만주 대련지방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8·15광복 후 오늘까지 숱한 우여곡절 속에 해상 휴전선의 등불이 돼 남북한 어민의 생명과 재산을 구해 온 등대다.

소청등대는 당초 인근 대청도의 선진포구에 설치돼 있었으나 일제 강점기 멀리 산동반도 부근에서 고래잡이하고 돌아오는 일본 포경선단의 항로를 안내하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졌다 한다. 지금의 등대는 최근에 리모델링해 설치한 것으로, 그 위에는 관람객을 위한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서면 소청도 남쪽 해안의 비경과 북동쪽에 위치한 대청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대를 남서쪽해상에서 바라보면 마치 거북이 등 위에 얹혀있는 듯 보이며, 주변 해안가에는 가마우지가 번식하고 있다.

 

소청도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의 약 70%가 서해5도를 지나는데, 그 중 많은 개체가 이곳에 머물다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청도에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설치된 국가철새연구센터가 있다. 중국과 한국의 중간지점에 자리하고 백령도, 대청도보다 크기가 작아 철새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탐조하기에 최적지로 꼽힌다.

 

소청도에서 가장 큰 예동에는 공소가 있고 마을 뒷산에는 김대건 신부상이 서 있다. 외딴 섬에 신부상이 세워진 것은 청나라에서 신부서품을 받고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조선으로 이동하다가 소청도 부근에서 폭풍우를 만나 상륙, 천주교 교리를 처음으로 설파했던 사실에 기인한다. 신부상 주변에는 150여 년 된 동백나무 십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66호로 지정된 대청도의 동백나무보다 수령이 오랜된 것으로 추정된다.

 

섬 중앙 남쪽 해안 기슭에 있는 노화동은 한때 소청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예동에 밀려 두 번째 규모로, 2016년 마을 담장과 월파방지벽에 소청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벽화를 조성해놓았다. 또 마을 앞 해안가에는 해식동굴과 시 아치들이 발달돼 아름다운 어촌 마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소청도, 크기는 작지만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해 어획량이 풍부하며 동남단 분바위에 대규모로 자라고 있는 홍합은 싱싱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수산물은 해삼, 전복, 홍합 등으로 먹거리는 철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음식점이 별도로 없으니 이곳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민박집에 미리 부탁하는 게 좋다./ 김기룡·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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