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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의 ‘김치 공정’, 가벼이 여길 일 아니다

역사·문화침략 방관하면 대한민국 존재감 사라질 수도

  • 등록 2020.12.02 06:00:00
  • 13면

중국의 역사 왜곡 조작 사업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주변국, 특히 우리의 역사를 말살하는 작업이다. 역사가 말살된 나라에 미래는 없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이 우리의 ‘김치 종주국’ 위상을 무너뜨리려는 행태는 심각한 사태다. 일과성 해프닝으로 치고 넘어가기에는 중차대한 문제다. 경각심을 갖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중국의 역사침략, 문화침략을 수수방관하면 대한민국의 존재감은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현지 매체를 인용해 쓰촨(四川)의 ‘파오차이(泡菜)’가 김치의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해 6월부터 파오차이의 국제표준화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최근 ‘ISO 24220 김치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표준’으로 인가를 받았다. 김치는 흔히 ‘침채(沈菜)’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의 유래로는 파오차이나 김치나 액체에 채소를 담근다는 점에서 엇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파오차이는 김치와 엄연히 다르다. 김치 종주국 논란은 오래전 일본 ‘기무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사실상 종식됐다. 김치는 지난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 이번에 중국이 받은 ISO 문서 또한 인가 식품의 규격이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파오차이는 소금에 절인 채소를 발효하거나 끓인 뒤 발효하기 때문에 실제 피클에 가까워 김치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런데도 환구시보는 중국이 표준화한 김치 제조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 인가를 받아 “중국의 김치산업이 국제 김치시장의 기준이 됐다”고 주장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고 한 부분이다. 이 같은 표현은 역사·문화침탈의 연장 선상에서 저들의 행태가 간단치 않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중국은 지난 2001년 6월부터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앞세워 줄기차게 고구려·발해 등 동북 3성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자국 역사로 편입하는 만행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한국인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중국 측 언행이 잦아지고 분야도 정치·경제에서 문화·생활 쪽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급기야는 아리랑에 이어 한복, 판소리까지 중국이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한 인터넷 게임 업체는 ‘한복(韓服)은 중국 명나라와 소수민족의 의상’이라고 주장에 우리 누리꾼들이 항의하자 ‘중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한국 서비스를 중단해 버리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보도에서 ‘지난 2017년 한국의 김치 무역은 수입이 수출의 10배나 되는 등 한국은 김치 적자국이며, 한국이 소비하는 김치 중 35%를 수입에 의존하는 데 수입 김치의 99%가 중국산’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우리 김치공장이 많다고, 그 김치를 우리가 먹는다고 해서 김치가 갑자기 ‘중국 음식’이 되고 중국이 ‘김치 종주국’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K-푸드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끊임없이 진화시켜야 한다. 중국이 제아무리 한국을 자기들의 ‘제후국’ ‘식민지’라고 주장해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우리 것을 굳건하게 지킬 때 비로소 우리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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