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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 기억 속 ‘작은 행복’


재일동포 한영용씨가 개발한 ‘뿅뿅사’ 모리오카 냉면은 부산 밀면가 가장 유사하다. 그 냉면 하나 가지고, 한적한 지방인 모리오카(盛岡)역 주변을 비롯해 시내 여러 곳에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모리오카하면 '냉면'이라는 이미지를 떠오른다는 일본인들도 상당히 많다. 그가 이렇게 냉면을 개발, 보급하게 된 것도 유년 시절 맛본 냉면의 기억 때문에 비롯되었다.

 

부산에서 태어난 일본인 故 가와하라 도시오(川原俊夫)사장은 어린 시절 부산 초량시장에서 먹었던 매운 '명란젓' 맛을 잊지 못해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식품으로 만들어 일본 최대 명란 식품 회사 '후쿠야'(ふくや)을 만들었다. 이 명란젓 이야기는 연극, 소설, TV 드라마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부산 초량시장 유년 시절의 맛을 평생 잊지 못했다. 일본인들도 명란젓이 한국 그것도 부산에서 전래가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화 콘텐츠에 있어서 글로컬’(global+local), 다시 말해서 ‘지역성’, ‘현지화’의 조율을 통해 음식을 통해 지역의 ‘문화 코드’로 만들어낸 것이다.

 

오랜 기억, 집안 행사가 있어 아버지와 고향 큰집을 갈 때면 용산역에서 김천역까지 갔다가 꼭 하룻밤을 김천역 근처 여관에서 숙박하고 다시 완행 기차를 바꾸어 타고 고향 큰 집으로 갔다. 김천역에는 늦은 밤에 도착했다. 그리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김천역 내에 있는 우동 가게에서 뜨거운 가락국수를 먹었다. 매서운 겨울 날씨였다. 지금도 그때 그 가락국수의 맛을 잊지 못한다.

 

이상하리만큼 겨울을 지나 봄이 시작되면 현기증이 왔다. 어머니는 늘 그런 자식을 위해 봄에는 쑥떡, 무지개떡이나 내장이 꼭 들어간 순대를 시장에 가서 사 오셨다. 그리고 저녁에는 감자가 많이 들어간 담백한 밀가루 수제비나 돼지비계가 주로 들어간 매콤한 김치찌개를 만들어 주셨다.

 

봄 소풍은 학교에서 멀리 가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 학교 근처 산을 주로 가기 마련이었다. 지금 생각을 해보면 어머니 당신도 자식의 이런 모습을 보고 같이 들떠 계셨던 것 같다. 당신께서는 모든 정성을 다해서 봄을 타는 아들을 위해 준비를 해 주셨다. 그때 맛본 김밥도 유년 시절 기억의 창고에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다.

 

요즘 들어 코로나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직접 요리를 만드는 기회가 자주 생긴다. 스스로 요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분명한 현상이다. 잘 만들어진 요리를 만들어 먹을 때 느껴지는 작은 행복도 지금 세대들이 말하는 작고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이렇듯 요리를 만드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아무래도 '유튜브' 요리 채널이 역할이 주효했다고 생각이 된다. 사람들의 입맛은 유년기에 형성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 유년기 부모님들과 함께 경험한 음식의 맛은 평생을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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