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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사법시험 합격... 1년 만에 검사 그만 둔 변호사 지음
등장 인물 거의 대부분 실명... 불공정 인사, 스폰서 문화, 언론 유착, 사건 조작 등 다뤄
"국민을 위해 검찰 조직과 검찰권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

이 책은 받아보자마자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라는 부제에, 제목은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였으니 말이다.

 

우선은 궁금했다. 그런데 작은 글씨가 또 보였다. '통제받지 않아 타락하고 부패한 검찰, 공수처가 출범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책이 하루 아침에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시기적으로 참 공교롭게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자가 지난 2018년부터 자신의 SNS를 통해 같은 제목으로 올려왔던 글들을 모으고 보완해 내놓은 책이란다.

 

 

곧바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프롤로그는 책의 지은이인 이연주 변호사와 논평을 맡은 김미옥 칼럼리스트 두 사람의 것이 나란히 실려 있었다.

 

여기서 이 변호사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검찰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조직이 되기 위해 검찰 조직과 검찰권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 그것으로 부족한 이 책의 효용은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칼럼리스트는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비명을 들었다. 진실을 알면서도 구경꾼은 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모두의 노래'를 들으며 글을 썼다고 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유튜브를 검색하며 같은 곡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들은 곡은 '기차는 8시에 떠나네'였다. 그의 대표적인 곡으로 뜨기도 했고, 왠지 쓸쓸한 분위기의 느낌도 좋았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감상하진 못했다. 책장을 넘길 수록 들려오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등장 인물 거의 대부분이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것도 검찰 조직의 불공정 인사, 여성 차별, 스폰서 문화, 언론 유착, 사건 조작 등 어마어마한(?) 사건들을 폭로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차치하고, 저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 이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들을 옮겨보고자 한다.

 

이연주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 연수원 수료 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로 일했다. 지난 2002년 검사가 된 지 약 1년 만에 사표를 던지기 전까진 그랬다. 그후 검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장본인이었다.

 

이 책은 목차를 보면 대충 흐름을 짐작할 듯하다. ▲1장 그런 척 아닌 척/조직의 불합리, 스폰, 도덕적 해이 ▲2장 나만 잘살면 돼/검언유착, 제 식구 감싸기, 무소불위 권력 ▲3장 조작의 기술/증거, 사건, 기록 조작 ▲4장 떠나거나 혹은 싸우거나/여자 그리고 검사로 일한다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것에만 온몸의 감각이 집중된 탓에 인간의 마음을 느끼는 능력이 퇴화하여 괴물이 되어버린 검사들은 조직을 사랑한다는 핑계를 대며 인간을 향해 오만한 칼날을 찍어 누른다." - 조직을 사랑한 검사 vs 인간을 사랑한 검사 中

 

"2017년 8월 윤대진 검사가 어느 검사의 모친 장례식장에서 자기가 이번 인사를 다 했다고 우쭐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데 그 문상객 중에 인사에서 좌천당한 검사도 다수 있어 몹시 불편해지고 말았다고 한다. (중략) 검사들이 얼마나 오만한지는 2005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될 때 검찰 대표와 경찰 대표가 협상을 위해 만나는 자리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경찰은 이런저런 자료를 잔뜩 준비해왔는데 검찰 대표들은 빈손으로 와서 '우리가 여기서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아쇼'라고 했단다." - 쇠퇴하는 사람들의 허튼 분노, 허튼소리 中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검사들은 '국민을 배반할 것인가, 검찰을 배반할 것인가'라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국민을 배반할 경우에는 잠시 욕이나 들어먹으면 그만이지만, 검찰을 배반할 경우에는 조직 내 인사는 물론 변호사 개업을 할 경우의 밥벌이까지 포기해야 하므로 눈 질끈 감고 국민을 배반하는 쪽이 훨씬 쉬운 선택이 된다." - 국민에게 죽을 것인가, 검찰에 죽을 것인가’ 中

 

"그때는 성희롱이란 말이 통용되지 않았다. (중략) 2012년 그 전직 검사장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을 보고 할 수 있는 한 힘껏 비아냥을 날려주었다. 지역의 변호사가 룸살롱에서 검사들을 접대했을 때, 눈앞에서 검사들이 유흥접객원을 희롱하는 것을 보며 ‘저 검사들이 검찰청에서 여직원이나 여검사들을 볼 때 과연 다르게 볼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싫다는 자리에 데려가 놓고서는 나중에는 흥건하게 노는 데 방해가 되었는지 분위기도 모르고 남아 있다고 구박했다. (중략) 가슴 한구석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회피하고 회피해서 돌아온 길은 한 젊은 검사의 죽음과 무죄를 무죄라고 했다고 중징계를 받은 검사, 성추행 피해를 언론에 알렸다고 검찰 내에서 만신창이가 된 검사다. -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처벌 中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는 하나같이 타인을 처벌하는 일을 하면서도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법률의 적용과 집행은 외부를 향한 것일 뿐 본인들은 거기에서 제외되고 법을 벗어나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우울감에 시달렸고 출근하는 것이 두려웠다. (중략)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간 채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어 허깨비로 살아가는 듯했다. 결국 나는 검찰을 떠났다. - 심판할 자격, 처벌할 권리 中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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