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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대료, ‘고통 분담’ 논리로 설득·입법 병행을

일방의 희생 강요 아닌 ‘3자 분담’ 방식 검토할 만

  • 등록 2020.12.17 06:00:00
  • 13면

코로나19 재확산과 방역 강화 조치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살려내기 위해 임대료 부담을 줄이는 과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공정한 임대료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호응하고 나섰다. ‘집합금지 명령’을 당하는 업소는 말할 것도 없이 한없이 가라앉는 경기에 영세상인들은 고사 직전이다. 비상시국인 만큼 임대인, 임차인은 물론 국가까지 나서서 적절히 고통 분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영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이 공정하냐는 물음이 매우 뼈 아프다”며 시장의 고통을 언급하자 여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절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내몰려 생사기로에 서 있다. 장사가 되거나 말거나 정해진 시일만 되면 꼼짝없이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 부담에 한숨만 쉬고 있는 형편이다.

 

자유시장경제의 단순한 논리로만 따지면 그저 어쩔 수 없는 사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착한 임대인’ 정신에만 기대왔던 임대료 문제는 불황의 강도가 최상으로 치달으면서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하고 있는 시점에 시장의 현실은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으로 초토화되고 있다. 임대료 문제에 대한 특별한 조치는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그렇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운위되고 있는, 임대인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하는 편협한 대책은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실현가능하지도 않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출신인 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금지가 된 업종에 대해 임대인이 차임(임차물 사용의 대가)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집합제한 업종에 대해서는 차임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임대인들의 처지를 너무 고려하지 않은, 임차인과 임대인을 갈라치는 일방적 대책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상가 같은 경우 대부분 30% 정도만 자기 돈이고 나머지는 대출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에 임대료가 나오지 않으면 임대인들은 이자조차 낼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당 안팎에서도 이 법안에 대해 "임대인을 죄인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중이다.

 

정의당이 내놓은 방안에 귀가 솔깃해진다. 정의당은 거리 두기 2단계 이상 적용 기간에 한해 임대인과 임차인, 정부가 각각 3분의 1씩 재정 부담을 지는 식의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과중한 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시장기반이 완전히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이 신속히 논의에 착수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사례도 참고하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임대료 고통 분담 방안을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 이상적인 법치는 입법 만능주의가 담보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법제화 못지않게 긴요한 것이 국민에 대한 정치적 설득이다. 따라오게 만드는 것보다 100배는 더 좋은 전략이 ‘따라오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는 금언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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