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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차량 깜빡이, “거리의 언어” 

 

수많은 데이터가 차곡차곡 축적되고 그 정보의 유통도 빛의 속도처럼 빨라지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처럼 노출이 많은 경우 자신의 언행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는 사례가 많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새로 입각하려는 장관 후보자가 과거 발언이 문제가 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우리는 흔히 “없는 데서는 무슨 말을 못하냐”는 말을 하곤 한다. 인간의 본성이 어느 정도는 그렇게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문제는 비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공인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누리는 힘이나 영향력만큼 일거수일투족이 역풍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자성어를 꼽으라고 하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빼놓을 수 없다. 뜻하지 않게 과거의 부적절한 행적이 드러나면 피해나가는 전가의 보도다. 왜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전통처럼 반복되는 것일까.

 

동양의 고전인 ‘대학’에 신독(愼獨)이란 말이 있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언행을 조심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보통 공개된 장소에서는 주위를 의식해 가능하면 조심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려 한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는 어떨까.

 

우리 주변에서는 정치 얘기를 하다보면 레이저를 뿜어내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필자는 그때 “평상시 신호등 없는 골목에서 운전할 때 왼쪽.오른쪽 깜빡이를 켜느냐”고 물어본다. 작은 골목길에서 운전하거나 걷다 보면 마주오는 차량의 방향을 몰라 사고가 나거나 불편을 느끼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정치권을 향해 불통(不通)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거리의 언어’는 ‘차량의 깜빡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운전한다.

 

대학교수들이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내로남불’의 새 버전이다. 우리는 무심결에 다른 사람 얘기하거나 부적절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소규모 모임에서나 홀로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올 연말은 ‘타산지석’(他山之石: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신의 산의 옥돌을 가는 데에 쓸 수 있다)을 바라보며, ‘신독’하는 시늉을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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