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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된 의정부 녹양동 선돌은 경계석?…이슈부각·정치적 이용 말아야

시민단체 "시, 청동기 유적 선돌, 관리 소홀로 행방불명" 주장
"알구멍(성혈) 흔적, 학계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선돌도 발견했다"
새로운 선돌, 과학적 기법 활용 전망…해당 지역 전투기록도 존재
주민들 "분실된 선돌은 식당 경계석으로 활용…식당 이전에는 허허벌판"
문헌 참여 교수 "선돌 이용한 정치적 이용 불쾌…답변하기 싫다"
의정부시·문화원 "선돌과 관련된 돌일 뿐…새로운 것 아니다" 반박

의정부시 녹양동 선돌 관련 '바위 논쟁'의 발단은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이하 시민단체)가 선돌마을에 위치한 청동기 유적 선돌이 행방불명 됐다며 문제를 제기해 불거졌다.

 

시민단체는 경기도박물관이 발행한 자료 등을 통해 2차례 현장 조사를 벌였고, 확인 과정에서 학계에 보고되지 않는 선돌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호명산 3부 능선 부근 높이 4~5m 바위에 100여 개의 알구멍(성혈) 흔적과 제사 터가 확인되자 단체는 이를 토대로 청동시대 유물로 추정했다.

 

성혈은 선사시대부터 전해진 바위그림의 한 종류로 돌 표면을 깎거나 파내어 만든 구멍으로, 이를 통해 고인돌과 선돌, 일반 돌로 구분한다.

 

 

◇국회의원까지 나서자 논란 확산…의정부시장 "문헌에 나오는 선돌" 

 

지난 3일 현장은 찾은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국회의원(의정부 갑)은 "이번 선돌 발견으로 의정부 일대가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었다"며 문화재 지표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단체는 오 의원에게 관내에 분포한 청동기 유적 보호 및 지정에 관한 진정서를 전달했고, 행방불명된 녹양동 선돌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오 의원실은 해당 내용을 보도자료로 작성해 언론사에 배포했고, 관련 기사는 포털 사이트 검색어 2위에 오르는 등 관심을 끌었다.

 

다음 날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현안사업 주민설명회를 통해 "어떤 문화재적 식견과 확인 없이 최초로 발견한 유물이라고 하면 그것을 어떻게 믿겠느냐"며 단체의 주장을 부정했다.

 

안 시장은 "알고 그랬다면 사기고, 모르고 그랬다면 엄청난 해프닝"이라며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사실과 관계없는 황당한 일이 의정부에서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안 시장이 주민들이 모인 공공장소에서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선돌 분실은 의정부시가 향토문화재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시장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반문하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각종 문헌에 나오는 분실된 선돌은 의정부시 조례에 따라 향토문화재 지정이 가능했다"며 "그런데 의정부시는 남의 땅이라는 이유로 향토문화재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기억하는 새로운 선돌과 분실된 선돌의 정체는?

 

녹양동 호명산 중턱에서 새롭게 발견됐다는 '바위 논쟁'은 전문가를 통한 과학적 기법으로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는 성혈 등의 흔적으로 새로운 청동기 유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정부시는 객관적 평가 없이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바위가 위치한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주둔했다는 주민 증언과 전투가 벌어졌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의정부시는 최근 국방부 유해발굴단감식단으로부터 해당 지역이 한국전쟁사에 기록돼 있다는 회신을 받았고, 사유지인 만큼 유해 발굴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가 주장하는 성혈 흔적이 한국전쟁 당시 탄환을 맞은 자국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과학적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문화재 전문가 A씨는 "바위 흔적은 충격 기법에 따라 달라 3D스캔을 이용하면 내용을 알 수 있다"며 "동일 석재에 직접 총을 쏴 보고거나 시간, 풍화, 보정계수 등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절기에는 바위 표면이 얼어 미세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따뜻한 날씨에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며 "조사 기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분실됐다는 녹양동 선돌의 경우 '경기도 고인돌'과 '의정부시사'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발표된 '경기지역 선돌 유적과 그 성격'이란 논문에도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 마을 주민들은 분실된 선돌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선돌이 위치한 곳은 식당 부지로 건물을 짓기 전까지 논이었다는 것이다.

 

선돌은 식당 입구에 위치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식당은 논을 개간해 건물을 짓는 등 1년간의 공사를 거쳐 1991년 완공돼 송어회, 오리훈제 등을 판매했다.

 

당시 식당을 운영했던 B씨는 "남편이 당시 주변이 허허벌판이라 입구를 표시하기 위해 조경석을 세웠다"며 "식당 내 원두막 주변에도 조경석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식당은 1998년 경영악화로 경매에 넘겨져 소유자가 바뀌었고, 현재 요양원이 들어서 운영되고 있다. 분실된 선돌이 위치한 곳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B씨는 "조경석 크기는 2m는 안됐지만 사람만큼 컸다"며 "식당을 지을 때는 바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C씨도 "식당이 들어서기 전 그곳은 논바닥이었다"고 거들었다.

 

C씨는 그러면서 "1992년인가 안동 장씨 종중 재실 인근에 선돌이 있다고 해서 남편을 따라 가본적이 있다"며 "마을주민들은 그 곳에서 고사도 지내고 치성도 들였다"고 말했다.

 

 

◇녹양동 선돌은 학문적 오류?…의정부문화원 보완조사 진행

 

녹양동 선돌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의정부시가 주장하는 부분은 문헌에 기록된 내용을 달리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에는 선돌 2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윗선돌은 가능동에, 아랫선돌은 녹양동에 각각 있었던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

 

윗선돌의 경우 양측 모두 이견이 없지만 시민단체와 의정부시는 녹양동 선돌과 관련해 각종 문헌 내용을 제시하며 맞서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는 경기도박물관이 2007년 편찬한 '경기도 고인돌'과 2014년 발간된 '의정부시사', 대학 교수의 논문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고, 의정부시는 1985년 발간된 '의정부의 뿌리'와 2007년에 나온 '의정부 지명유래', 주민들의 증언 등을 반박 근거로 들었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문헌 편찬 작업에는 D교수가 참여했다. D교수는 2008년 관련 내용을 자신의 논문에도 실었다. 시민단체는 해당 교수의 논문을 근거로 의정부문화원을 고소했다.

 

D교수는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선돌의 성혈문화는 선사시대부터 청동기,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왔고,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녹양동 선돌을 이슈화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따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그럴 시간에 방치된 문화재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쓰라"고 잘라 말했다.

 

의정부문화원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선돌에 대해 보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민속학적, 지질학적, 역사적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논란 이전에 이미 문화원은 의정부 지명 전체를 조사하고 있었고, 예전 기록과 현재 다른 부분에 대해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수정판을 내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명은 어떤 기준을 정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돌이 있었다는 시각으로 변했다"며 "2004년도 의정부시사에는 윗선돌, 아랫선돌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가 인용한 2014년 의정부시사는 D교수가 참여해 같은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의정부 = 고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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