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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빼고 처벌은 ‘반토막’...무엇을 위한 중대재해법인가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 앞둬
5인 미만, 책임 공무원 적용 제외 등
민주노총 “살아서도 죽어서도 차별”
與 “여야 합의에 의미 두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여야 합의로 8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할 만큼 적용 대상과 처벌이 크게 후퇴해 노동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는 지난 7일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사위는 중대재하법 공포 후 1년 뒤에 시행하되, 50인 미만 사업장만 2년의 유예기간을 더 두기로 여야 합의했다. 해당 법안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KBS 라디오 ‘김영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100% 모두 만족하는 법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다”며 “발의 취지인 ‘위험·책임의 외주화’ 방지가 그렇게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원래보다 전진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 유족과 노동계는 반응이 달랐다. 원안보다 후퇴된 중대재해법은 유명무실을 넘어, 故 이한빛 PD의 부친 이용관 씨가 8일 국회 법사위 항의 당시 던진 말처럼 “10만 명의 김용균을 우롱한 것”이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비판하는 원안 후퇴의 주된 내용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 처벌 대상 제외 ▲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3년 유예 ▲책임자 처벌 완화 ▲책임자 인과관계 추정 제외 ▲공무원 처벌대상 제외 등이 있다.

 

2019년 5인 미만 사업장에 산재로 숨진 근로자는 494명이다. 정부도 전체 산재 사망 노동자 중 20%가 5인 미만 사업장인 심각성에 주목해 정부의견으로 소규모 사업장도 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각종 수당 등 근로자 권리 또한 적용받지 못해, 민주노총의 비판처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차별받는” 환경에 놓여있다.

 

정부 국정목표인 산재 사망사고 감소의 의의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유예기간 3년 설정으로 퇴색됐다. 지난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산재 사망자가 1245명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강조해온 노동존중 취지가 사실상 무색해진 셈이다.

 

특히 책임자 처벌 수위가 반토막 났다. 중대재해법 의원 발의안은 근로자 산재 사망사고 발생시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이었으나, 제정안에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영 책임자에 대한 중대재해 인과관계 추정, 또 담당 공무원 부주의에 대한 처벌이 통째로 빠졌다.

 

 

이 때문에 국회가 추진하려는 이번 중대재해법은 취지부터 실효성까지 전반에서 퇴색·후퇴했단 비판을 받고 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차별을 두겠다는 노골적인 차별 조장”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재해 살인 방조 합의는 재논의돼야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경영책임자 처벌 약화 및 공무원 처벌조항 삭제 등에 “숭숭 구멍을 낸 것”이라 일침을 가했다.

 

반면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여야 합의의 산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이낙연민주당 대표는 8일 국회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어려운 법안을 여야 합의로 마련했다는 데 일단 의미를 두고 싶다”며 “여야가 어제 법사위에서 노동계, 경제계, 시민사회 등 의견을 고루 들어 조정하고 만장일치로 합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모 노동단체 법무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법 자체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차별을 뚜렷하게 드러낸 건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원청 처벌이 어렵던 것에 책임자 처벌을 둔 것은 그나마 의미가 있으나, 국회에서 산재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두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성수대교 사건 당시 담당 공무원도 법적 처벌을 받았으나, 직무유기죄 등 다른 법들로는 그 적용 범위가 너무 좁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함에도 법리상 이에 대한 담당 공무원 처벌을 아예 뺀 것은 큰 문제”라 지적했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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